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중국산 테슬라가 보조금 노린다…버스 이어 승용까지 중국판?


입력 2023.07.17 11:18 수정 2023.07.18 07:46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모델Y 중국산 최저트림에 깡통차로 보조금 지급 기준 충족

'테슬라' 브랜드파워에 5000만원 내외 가격…점유율 확대 전망

국내 산업과 무관한 중국산 전기차, 국민 혈세 '싹쓸이' 우려

테슬라 모델Y 주문 페이지. 테슬라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 변경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테슬라 열풍’이 다시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테슬라가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는 가격에 중국산 모델Y를 국내 시장에 출시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브랜드파워를 등에 업은 중국산 전기차의 ‘보조금 싹쓸이’를 우려하고 있다. 전기버스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이 수혜를 상당부분 가져가는 상황이 승용 전기차 시장에서까지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코리아는 지난 14일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모델Y 주문을 받고 있다. 이달부터 차량 시승을 시작하며, 인도는 8~9월 중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국내 판매되는 모델Y는 모터 한 개로 구동되는 후륜구동(RWD) 단일 트림이다. 국내 인증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50km다. 듀얼 모터를 장착한 상시 사륜구동(AWD) 기반에 긴 주행거리를 제공하는 롱레인지 모델과 고성능을 발휘하는 퍼포먼스 모델은 내년 출시를 예정해놓고 있다.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되며, 중국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장착된다. 생산 지역이나 배터리 종류, 트림 등 사실상 테슬라에서 만들 수 있는 가장 저렴한 모델Y를 국내에 들여오는 셈이다.


이렇게 해서 가격을 5699만원으로 책정했다. 홈쇼핑에서나 볼 법한 이런 형태의 숫자는 국내 보조금 100% 지급 커트라인에 맞춰졌다. 올해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은 5700만원 미만 전기차에 100%, 5700만원 이상~8500만원 미만 전기차 50%이며 8500만원이 넘는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이 가격을 맞추느라 편의사양에서도 상당한 원가절감을 했다. 내외장 디자인과 편의사양을 업그레이드하려면 상당한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외장 색상은 기본이 흰색이다. 이걸 검정이나 회색, 파란색으로 바꾸려면 128만6000원을 더 내야 한다. 빨간색 모델Y가 좋다면 무려 257만1000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내장 색상도 올블랙이 기본이다. 흰색과 검정색이 조화된 인테리어로 바꾸는 데 드는 비용은 128만6000원이다.


기본으로 달려 나오는 19인치 제미니 휠을 20인치 인덕션 휠로 바꾸려면 257만1000원이 다시 추가된다.


테슬라가 자랑하는 오토파일럿도 ‘향상된’ 기능을 사용하려면 별도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무려 452만2000원이다. 교통 신호등 및 정지 표지판까지 반영해 반자율주행을 가능케 하는 풀 셀프 드라이빙 기능을 사용하려면 그 두 배인 904만3000원을 내야 한다.


옵션 장착이나 소프트웨어 구독 비용은 보조금 지급 기준 가격에서 제외되는 점을 감안해 5699만원짜리 ‘깡통차’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든 보조금을 100% 타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테슬라 모델Y 생산라인 모습. ⓒ테슬라코리아

국내에서 선호도가 떨어지는 ‘중국산’ 꼬리표를 단 데다, 저가형 LFP 배터리를 장착하고, 주행거리도 통상 400km 이상인 다른 전기차들보다 짧으며, 편의사양도 부실함에도 불구하고,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는 모델Y’가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라는 브랜드를 단 차를 5000만원 내외 가격(깡통차를 감수한다면)에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차감’을 중시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포르쉐 같은 럭셔리 브랜드가 대중차 브랜드를 누르고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는 것을 통해 증명된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테슬라는 얼리어답터 이미지와 함께 럭셔리차로 포지셔닝돼 있다”면서 “아무리 저사양 모델이건, 생산지가 어느 곳이건, 대중차 가격에 테슬라를 타고 다닐 수 있다면 그걸 선택지로 고려할 소비자는 많을 것이고, 보조금의 상당액이 그쪽으로 지급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 자동차 관련 온라인 카페와 커뮤니티 등에 모델Y 구매 희망자들의 ‘추천 링크’ 요청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기존 테슬라 구매자가 생성한 추천 링크를 통해 모델Y를 구매하면 66만원 할인과 오토파일럿 90일 이용권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이 링크를 요청하는 이들이 많다는 건 모델Y의 잠재 고객이 상당수라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 혈세로 지급되는 전기차 보조금이 국내 전기차 산업 육성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중국산 전기차에 상당부분 몰리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북미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하고 있고, 중국은 수입 자동차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자국 내 생산을 유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만 국민 혈세로 해외 기업과 해외 자동차 산업을 지원하는 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국내 전기버스 시장에서는 중국산이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총 2074대가 보급된 전기버스 중 44%인 913대가 중국산이었다. 아직 전체 규모는 크지 않지만, 2017년 99대에서 6년 만에 20배 이상 늘어나는 등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가운데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이 높아지며 국내 산업 잠식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버스는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준공영제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전기차 보조금은 전기차 보급을 늘린다는 의미도 있지만, 미국의 경우 자국 전기차 산업 육성에 더 큰 비중을 두고 활용하고 있고, 중국도 대부분 자국내 생산 자동차에 지급된다”면서 “국내 보조금 정책도 형평성 차원에서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