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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중 투신해 사망한 정신병원 환자…왜 병원 책임은 없을까 [디케의 눈물 102]


입력 2023.07.25 04:49 수정 2023.07.25 04:49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법조계 "정신병원, 환자 증상 따라 폐쇄 병동 여부 지정…자살위험환자 예견 못한 듯"

"환자 치료 만큼 인격권 중요…법적 절차 지키며 환경 제공했다면 책임 묻기 어려워"

"정신병원서 투신사례 종종 있어…쇠창살 설치? 소방법상 금지돼 있고 인권침해 문제도"

"병원, 보호자에 산책 위험성 알리고 동의서 받아…'보호의무위반' 인정하기 어려워"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한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가 투신해 사망한 것과 관련해 병원의 책임은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이 정신병원이 법률이 정한 절차와 범위에 맞춰 환자의 병실 환경을 제공한 만큼 결과만으로 병원 측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병원 측이 환자 보호자에게 산책 및 야외활동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고 동의서를 받았다고 강조하면서 "창문에 쇠창살을 설치했어야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위법일 뿐만 아니라 인권 측면에서도 문제가 된다"고 일축했다.


25일 광주지법 민사3단독(김희석 부장판사)은 정신병원 입원 중 추락사한 A 씨의 유족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기각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A 씨는 알코올 의존증과 우울증 등으로 2022년 정신병원에 입원 치료 중 산책 시간에 홀로 투신해 사망했다. 유족들은 병원이 충분히 환자를 돌보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병원 측에 2억여원을 배상하라고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유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무법인 리더스 김희란 변호사는 "정신병원은 환자의 증상 정도에 따라 입원 기간, 치료 방법뿐만 아니라 환자가 치료받을 병동을 폐쇄형으로 할지 개방형으로 할지 지정하게 된다"며 "A 씨의 경우도 병원이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환자의 정신상태, 사고이력 등을 파악했을 것이다. 다만 자살위험환자라고 예견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폐쇄된 병원에서 환자가 입원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 개인의 인격권도 중요하다. 신체 및 환경 통제는 일정 범위의 한에서 법이 허용하는 것"이라며 "병원이 법률이 정한 절차와 범위 내에서 병실 환경을 제공했다면 환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결과만으로 병원 측에 책임을 묻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부연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정신병원에서 환자가 창문을 열고 투신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법원은 '평소 환자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은 경우', '환자가 예상치 못하게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 '보호시설을 충분히 갖춘 경우'에는 병원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곽 변호사는 또 "정신병원이라고 해서 사고를 막기 위해 창문에 쇠창살을 설치하게 되면 화재시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소방법상 금지하고 있다"며 "물론 특수 시설을 설치해 화재 시에만 열리는 장치를 설치할 수 있지만 고장 가능성도 있고, 환자들 인권문제도 있어 쇠창살을 설치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법률사무소 확신 황성현 변호사는 "병원은 입원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에 대한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한다. 병원의 보호의무 위반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관련법 위반 사실이 인정되거나 관리태만 사실이 인정되어야 한다"며 "특히 결정적으로 환자의 사망에 대한 병원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병원의 보호의무과 사망의 결과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 변호사는 특히 "이 사안의 경우 병원 측이 환자 보호자에게 산책 및 야외활동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고 동의서를 받았다. 아울러 해당 창문이 정신병원 시설 기준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병원의 보호의무위반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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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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