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탑재 가능 무기체계
대거 등장한 열병식에
중국·러시아 대표단 참석
북한이 자칭 '전승절'을 맞아 열병식을 개최한 가운데 중국·러시아 대표단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3국 결속력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열병식에 줄지어 등장한 한국·미국·일본 타격용 불법 무기의 '정당성'을 중러가 사실상 용인한 셈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수도 평양에서 전날 저녁 위대한 조국해방전쟁 승리 70돌 경축 열병식이 성대히 거행됐다"고 전했다. 북한은 6·25 전쟁을 조국해방전쟁으로 일컬으며, 정전협정 체결일(7월 27일)을 전승절로 기념해 왔다.
공개된 1면 사진에는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리홍충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좌우로 주석단에 나란히 자리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공개된 사진상 세 사람은 환호하는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등 열병식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열병식에는 북한이 개발해온 각종 무기체계가 대거 공개됐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화성-17형을 비롯해 극초음속미사일·초대형방사포 등이 등장했다. 모두 시험발사를 최소 2차례 진행한 무기체계로, 시험발사가 이뤄지지 않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식별되지 않았다.
공개된 무기체계 대다수는 국제법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위배된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기도 한 중·러는 자신들이 동의했던 국제법이 눈앞에서 무너지는 것을 축하한 셈이다.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국가로서 역할을 하기보단 반미(反美)라는 '공통의 위협인식'에 기초한 3국 결속력 강화가 국익에 부합한다고 본 결과다.
무엇보다 북한이 열병식에서 공개한 무기체계에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공식적 핵보유국인 중·러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인정하며 비확산 체제를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열병식에선 △북한판 글로벌호크 △북한판 리퍼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두 기종은 북한 국방성이 전승절 기념을 위해 개최한 '무장장비전시회-2023'에서 처음 공개된 바 있다.
글로벌호크는 미국의 고고도 무인정찰기, 리퍼는 미국의 무인공격기를 뜻한다. 북한이 공개한 신무기는 미국의 두 기종과 외형이 흡사해 해킹으로 설계도를 확보해 모조품을 만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관심을 모았던 김 위원장의 공개 연설은 없었다. 대신 강순남 국방상이 연설자로 나서 한미를 겨냥해 "지금 이대로 군사적 대결을 기도하며 나간다면 우리 국가의 무력행사가 미 합중국과 《대한민국》에 한해서는 방위권 범위를 초월하게 된다는 것을 엄중히 선포한다"고 밝혔다.
핵미사일이 방위 차원을 넘어 공격용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해 자의적 판단에 따라 언제든 핵사용이 가능하도록 법으로 못박은 바 있다.
강 국방상은 "미제가 우리에게 핵을 사용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선택의 여지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며 "확실히 현 시점은 미국이 그 누구의 《정권종말》에 대하여 입에 올리기 전에 자기의 멸망에 대해 걱정해야 할 때다. 전략자산들을 조선반도(한반도)에 들이밀기 전에 미 본토 전역을 뒤덮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핵무력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도 했다.
한편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와 부인 리설주, 여동생 김여정의 모습은 사진상으로 식별되지 않았다. 다만 이날 오후로 예상되는 열병식 녹화방송에선 포착될 수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