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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병식서 드러난 '미묘한 북중관계'?


입력 2023.09.10 06:00 수정 2023.09.10 08:28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中대표단장, 7월 열병식에선

김정은과 어깨 나란히…

9월 열병식에선 김정은보다

낮은 곳서 北외무상과 함께

북한 정권수립 75주년(9월 9일)을 기념해 8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민방위무력열병식이 진행된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함께 주석단 최상석에 앉아 열병식을 지켜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정권수립 75주년(9월 9일)을 맞아 민방위무력열병식을 개최한 가운데 중국이 대표단을 보내 연대 의지를 재확인했다. 다만 북한 '전승절(6·25 전쟁 정전협정기념일·7월 27일)' 계기 열병식 당시와는 의전상 차이가 드러나 눈길을 끌었다.


9일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공화국 창건 75돌 경축 민방위무력열병식이 전날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성대히 거행됐다"고 전했다.


이번 열병식에는 정규군이 아닌 예비군 성격의 노농적위군 부대 등이 대열을 갖춰 등장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한미일 타격용 핵미사일 대신, 소형 로켓 등으로 무장된 생수 화물차 및 트랙터 등이 줄지어 모습을 드러냈다.


9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정권수립 75주년(9월 9일)을 기념해 전날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민방위무력열병식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

보도된 사진을 살펴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딸 '주애'와 나란히 '주석단 최상석'에서 열병식을 지켜봤다.


중국 당·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한 류궈중 국무원 부총리는 주석단이긴 하지만, 김 위원장보다 한 단 낮은 곳에서 열병식을 지켜봤다. 배치된 위치도 김덕훈 내각총리, 조용원 노동당 비서, 최선희 외무상 다음 자리였다.


북한 정권수립 75주년(9월 9일)을 기념해 8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민방위무력열병식이 진행된 가운데 중국 당·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한 류궈중 국무원 부총리(빨간 동그라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보다 한 단 낮은 곳에서 열병식을 지켜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전승절(6·25 전쟁 정전협정기념일)' 기념 열병식 개최됐던 지난 7월 2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가운데)을 중심으로 리훙중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좌우로 주석단에 나란히 자리한 모습. ⓒ조선중앙TV

지난 7월 열병식 당시 중러 대표단장 자격으로 각각 방북한 리훙중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이하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김 위원장 양옆에 선 것과는 차이가 있는 셈이다.


5년 전 북한 정권수립 70주년 당시 방북했던 리잔수 당시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 역시 김 위원장 곁에서 열병식을 지켜본 바 있다.


중국이 최근 북한·러시아 밀착에 거리를 두고자 5년 전보다 상대적으로 격이 낮은 류 부총리를 보냈다는 관측이 제기된 상황에서 북한이 의전을 사실상 격하시킨 모양새다. 전인대 상무위원장직은 중국 내 서열 3위로 평가되는 반면, 국무원 부총리는 25위권으로 간주된다.


특히 지난 7월 김 위원장 옆자리를 꿰찬 리 부위원장의 서열도 24위권으로 평가되는 만큼, 류 부총리에 대한 예우는 크게 떨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2018년 9월 9일 북한 정권수립 70주년 기념 열병식이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 왼편에 리잔수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서 있다. ⓒ뉴시스
北中 '복잡다단 국제정세서
전략전술적 협동하자'더니
두 달 만에 다시 접촉해
'인민 복리 협력'만 언급


'미묘한 변화'는 김 위원장과 중국 대표단의 면담 관련 보도에서도 확인된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류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과 만나 "조중(북중) 두 나라 사이의 친선협조 관계를 발전시키고 두 나라 인민들의 복리를 위한 여러 분야의 협조와 협력 사업을 더욱 활성화해나갈 데 대하여 견해 일치를 보았다"고 밝혔다.


앞서 김 위원장이 지난 7월 중국 대표단을 접견했을 당시에는 "조중 두 나라가 사회주의 건설을 힘 있게 다그치면서 긴밀한 전략전술적 협동을 통하여 복잡다단한 국제정세에 주동적으로 대처해 나가며 친선과 동지적 협조를 새로운 높은 단계로 끊임없이 승화발전시켜 나가려는 두 당, 두 나라 정부의 입장이 재확인되었다"고 했었다.


'국제정세와 관련한 전략전술적 협동'을 논의했던 북중이 두 달 만에 다시 만나 '인민 복리를 위한 협조·협력 사업'만 언급한 셈이다.


한미일 타격용 핵미사일을 공개했던 7월에는 전략적 차원의 의사소통을 진행했다면, 민간 중심의 이번 열병식을 계기로는 경제 논의에 초점을 맞췄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류 부총리는 경제 분야를 총괄하고 있으며, 북중 접경지역인 길림성장(省長·지방정부 수장) 출신으로 북한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북한 정권수립 75주년 경축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방북한 중국 당 및 정부대표단을 접견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
러시아, 대표단 파견 안해


이번 열병식에는 알렉산드로브 명칭 러시아 군대 아카데미 협주단 단원들과 북한 주재 중국·러시아 외교 대표들도 초대됐다.


러시아 측이 대표단이 아닌 군 협주단만 파견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앞서 북한 정권수립 70주년이었던 2018년에는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상원의장이 이끄는 러시아 대표단이 방북한 바 있다.


일각에선 북러가 정상외교를 앞두고 있어 대표단 파견을 삼갔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 정보당국은 김 위원장이 오는 10∼1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에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뉴시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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