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규제법을 통과시켰다.
유럽의회가 13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AI법 최종안을 찬성 523표, 반대 46표, 기권 49표로 가결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 법안은 EU의 27개국 장관들의 승인 과정을 거쳐 5월 혹은 6월에 공식 제정된다. 이후 올해 연말부터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행될 전망이다.
법안이 시행되면 각 나라의 규제 당국은 위험도에 따라 분야를 나누어 AI 활용을 차등 규제해야 한다. 우선 EU는 인간 몸과 마음에 대한 정보를 분석하는 분야에서 AI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법안에 따르면 AI는 인간의 생체 및 감정 정보를 수집할 수 없다. 다만 강간이나 살인, 테러 등 중대 범죄자를 수색할 때는 법원의 동의를 얻은 후 AI활용이 가능하다. 인간의 행동 등을 분석해 등급이나 점수를 매기는 행위도 금지됐다.
‘고위험’ 분야로 분류된 분야에서는 AI가 반드시 사람의 감독하에 활용돼야 한다. 이 분야에는 물·전기 등 핵심 인프라와 의료·고용 등 공공 서비스, 교육 및 직업 훈련, 선거·사법 체게 분야 등이 포함된다. 반면 스팸 메일을 처리하는 시스템과 같이 위험도가 낮은 분야에 속하면 규제를 거의 받지 않게 된다. EU는 대부분의 AI 서비스가 여기에 속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사람 이상의 지능을 갖춘 범용 AI(AGI)를 개발하는 기업에 대해서 ‘투명성’ 의무를 별도로 부과했다. 이들은 AI를 학습시키는 데 이용한 정보를 규제 당국에 모두 신고해야한다. 해킹이나 허위사실 유포 등 EU가 위험하다고 규정한 사고에 대해서도 예방 방안이 필수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최대 3500만 유로(약 505억원) 또는 전 세계 매출의 최대 7%에 달하는 벌금을 내야한다.
이에 대해 미국 CNBC 방송은 “법률가들은 이 법안이 국제 AI 규제의 표준이 될것이라 보고 있다”며 “EU는 다른 국가들이 AI를 규제할 수 있도록 길을 닦아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