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23일 전대 출마 선언할 듯
친윤계, '어대한' 기류에 "해당 행위"
견제구 던지며 지원 후보 물색 움직임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오는 23일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친윤(친윤석열)계의 견제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이미 당 안팎에서는 한동훈 전 위원장 대세론, 일명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기류가 형성돼 있어 친윤계가 내세울 '한동훈 대항마'가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친윤계는 한동훈 전 위원장과 겨룰 만한 당대표 후보를 물색하고 있다. 한동훈 전 위원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여론조사 특성상 '정치 고관여층'의 참여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대세론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친윤계의 입장이다.
친윤계 유상범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어대한'이라고 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항상 적극적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크게 나타나는 것"이라며 "언제든지 민심이나 당심도 상황에 따라서 바뀐다"고 말했다.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이 '어대한'에 대해 "당원의 의사결정권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한 것과 비슷한 취지로 해석된다.
조정훈 의원도 같은날 MBC라디오에서 "'한동훈 아니면 절대 안 된다'고 여론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해당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한동훈 전 위원장을 겨냥해 "총선에서 패배한 분들도 다시 나와 당을 이끌겠다고 주장하고 있지 않느냐"라고 쏘아붙인 뒤 "총선 패배를 당했는데 어떻게 다시 이길 수 있는 정당으로 만들 수 있을지, 다양한 의견을 갖고 계신 분들이 다 나와서 시끌벅적한 전당대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현재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룰은 '당심 100%에서 '당심 80%·민심 20%'로 변경된 상태다. '당심' 비중은 줄었지만, 당내 최대 계파인 친윤계가 조직력을 활용해 판세를 뒤흔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직전 전당대회에서 지지율 하위권이었던 김기현 후보가 친윤계의 조력으로 결국 당권을 잡지 않았느냐"며 "아무리 한동훈 전 위원장 대세론이 형성됐어도, 친윤계와 비윤계가 1대1 구도로 경쟁하면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의원도 이날 SBS라디오에서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며 "당원분들마다 각자 생각이 있으니 당원의 총의 내지는 집단지성이 모여서 대표가 결정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유상범 의원은 '당권 경쟁이 친윤계가 밀어준 후보와 한동훈 전 위원장의 1대1 구도로 될 가능성'에 대해 "인위적으로 되긴 어렵지만 그 후보가 충분하게 어필이 되면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수도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경선한 홍준표 대구시장이 3%에서 시작했으나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역전해 굉장히 경합했었다"고 언급했다.
친윤계가 연일 한동훈 전 위원장에 견제구를 던지면서, 이들이 내세울 후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동훈 전 위원장은 전당대회 후보 등록을 앞둔 오는 23일 당대표 경선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친윤계의 발걸음도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 안팎에서는 친윤계가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중에서 '한동훈 대항마'를 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중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건 나경원 의원이다. 최근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퍼진 '나경원-이철규 연대설'이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는다. 이철규 의원이 원내대표를, 나경원 의원이 당대표를 맡아 친윤계와 비윤계가 균형을 맞추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이철규 의원의 불출마로 연대는 성사되지 않았다.
나경원 의원도 당시엔 해당 연대설에 불쾌감을 표했었다. 하지만 전날엔 한 라디오 방송에서 '계파에 줄을 서지 않는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친윤계 지지든 비윤계 지지든 반윤계 지지든 출마를 하면 어떤 표든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방증하듯 나경원 의원은 최근 친윤 성향 당원들을 의식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그는 보수 유튜브 채널에서 "지금 대통령이 성공해야 재집권한다. 대통령은 죽이고 나만 잘되겠다고 하면 재집권 못한다"고 밝혔다.
나경원 의원은 오는 20일 당권 도전을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나경원 의원이면 충분히 한동훈 전 위원장 대세론을 꺾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러한 관측에 대해 유상범 의원은 "친윤계라고 하는 개념을 너무 이분법적으로 말하면 곤란한다"고 말을 아꼈다.
원희룡 전 장관은 총선 이후 잠행을 이어가는 중이라 친윤계 후보로 나설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유상범 의원은 친윤계의 원희룡 전 장관 지원설에 대해 "아직까지는 팩트에 기반한 것 같지 않고 해몽 기사에 가까운 것 같다"며 "(원희룡 전 장관은) 굉장히 유력한 주자라고 생각하는데 다만 지난 총선에서의 패배가 생각보다는 좀 충격이 크지 않았느냐. 들려오는 얘기도 원 전 장관께서 어떤 활동을 하거나 의사를 가지고 움직인다는 얘기를 전혀 듣지 못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