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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법정시한 넘기는 최임위…인상률 첫 제시안도 못 내 [하반기 전망]


입력 2024.06.29 13:00 수정 2024.06.29 13:00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차등적용 기로…최저임금 수준 논의 시작도 못 해

최저임금 고시 8월 5일…늦어도 7월 중순 끝내야

노사 입장 평행선에 역대 최장 심의 전망도 나와

입법처 “업종별 차등적용, 타당성 가지기 힘들어”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도 결국 법정시한 내 심의를 마치지 못했다. 노사는 ‘업종별 차등적용’을 두고 가 팽팽하게 공방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다음 회의에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관한 논의는 시작조차 못 한 것이다.


이런 상황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최임위는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논의하는 데 심의 기간의 대부분을 쓰고선 법정시한이 임박해서야 최저임금 논의를 시작한다. 통상적으로 이렇게 7월 중순이 되면 표결로 최저임금 수준을 정하게 된다.


여기서 7월 중순은 최저임금 결정 내용을 고시하는 8월 5일 등 심의 일정을 고려할 때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노선이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뉴시
1988년 이후 9번만 법정시한 준수


최임위는 1988년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이후 총 9번만 법정 심의 시한을 준수했다. 반복적으로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하는 데 가장 큰 이유는 노사 입장 차이다.


근로자위원 측은 물가상승률, 생계비 등을 고려해 높은 인상폭을 요구하지만 사용자위원 측은 인건비 부담 증가, 일자리 감소 등을 우려해 낮은 인상폭을 주장한다. 양측의 입장 차이가 심각하게 대립되는 것이다.


또 최근 업종별 최저임금 결정 방식 도입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에도 구체적인 기준과 적용 방식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회적 합의 부재도 있다. 당연하게 매년 최저임금이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이 나오는 반면,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히 존재한다. 입장 차이에 따른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최저임금 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렇게 자주 법정시한을 어길 경우 제도에 대한 불신감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최저임금 제도의 효율성을 저하시키고 근로자들의 권익 보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민주노총이 지난 13일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리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최저임금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최저임금 대폭인상과 업종별 차등적용 폐지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최저임금법 훼손” vs “소상공인 고충”…업종별 차등적용 평행선


최임위 제6차 전원회의에서는 지난 5차 전원회의에 이어 업종별 차등적용을 논의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공익위원 측이 해당 안건을 표결에 올리자고 주장했음에도 노사가 모두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다음 전원회의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 근로자위원 측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업종별 차별 적용은 저임금 노동자 생활 안정을 위해 존재하는 최저임금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를 또 다른 차별의 사회로 진입시키는 악순환의 고리이자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같은 근로자위원 측 이미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최저임금법 1조 1항은 노동자에 대한 임금이 최저 수준을 보장하면서 노동자의 생활 안전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의미하는 바는 도대체 무어냐”고 지적했다.


이 같은 노동계의 주장에 달리 경영계 측은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논의가 획기적으로 진전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용자위원 측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20개국이 업종, 연령, 지역 등 다양한 기준을 적용해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고 있다”며 “업종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해 온 관행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 차별적용이 낙인 효과라는 비현실적이고 이념적인 차원이 아니라 대다수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제도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사용자위원 측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부분 적용을 받는 업종이 낙인 효과를 받아서 구인난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한다”며 “대다수의 소기업 소상공인에게는 구인난보다는 최저임금 고율 인상에 따른 폐업 고민이 훨씬 더 큰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6차 전원회의. ⓒ뉴시스
올해도 차등적용 어려울 듯…“차등적용 한계 있어”


국회입법조사처는 “현행 법규정 및 제도 취지를 고려할 때 더 낮은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한계가 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노동생산성이나 지불능력 등을 이유로 최저임금을 더 낮추는 방향의 차등적용 논의는 제도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도 볼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입법처에 따르면 해외 사례의 경우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은 근로자가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공통으로 업종별 최저임금은 법정 단일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형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외에서는 일반적인 최저임금보다 더 높은 최저임금을 허용하는 ‘상향식’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본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한다고 하는 ‘하향식’ 논의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입법처는 “최저임금을 더 낮추는 하향식 최저임금 차등적용 논의는 과학적이고 보다 객관적인 통계, 현재 최저임금이 ‘최저임금법’이 의도한 최저임금보다 훨씬 높음을 입증하는 과정 없이는 그 타당성을 가지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며 “향후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을 논의할 때는 최저임금제도의 목적으로서 인간의 존엄성 보장과 근로자의 생활 안정 등을 유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적용하고자 한다면 해외 사례와 유사하게 단일 최저임금제도를 보완하는 성격의 업종별 최저임금 구조를 설계해 기준 최저임금과 병행하는 방안을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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