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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차전지 공장 불 났는데 왜 전기차에 화풀이?


입력 2024.07.01 14:24 수정 2024.07.01 14:51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화재 발생 공장은 군용 일차전지 생산…전기차용 배터리는 이차전지

한번 쓰고 버리는 일차 전지, 제조 시 완충해야…보관‧운반 과정서 화재 위험

충전‧재활용 가능한 이차 전지 탑재한 전기차, 제조시 배터리 완충할 필요 없어

6월 24일 오전 경기 화성시 서신면의 일차전지 제조 업체 공장에서 불이 나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화성 일차전지 공장에서 23명이 사망하는 화재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배터리’라는 공통 명칭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일차전지’와 ‘이차전지’를 오인하는 사례가 많아 논란이 되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공장은 일차전지 생산공장인데, 특성이 전혀 다른 이차전지를 사용하는 제품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이어질 것으로 관련업계에선 우려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화재가 처음 발생한 경기도 화성 ‘아리셀’ 공장 3동 2층은 군 납품용 일차전지 완제품을 검사 및 포장했던 곳으로 밝혀졌다. 군용 무전기나 의료용 기기, 검침기 등에 쓰이는 일차전지는 전기차나 스마트폰, 노트북 등에 쓰이는 이차전지와는 완전히 다르다.


일차전지는 충전이 불가능해 한번 쓰고 버리는 특성을 갖고 있다. 특히일차 전지의 음극재로 활용하는 리튬 메탈은 물에 닿으면 격렬한 반응(스파크)을 일으킬 수 있다. 수분에 취약하기 때문에 심한 경우에는 폭발까지 벌어질 수 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공장은 일차전지 가운데서도 리튬염화티오닐(Li-SOCl₂) 전지를 생산해 화재 발생 시 피해가 더욱 커졌다. 염화티오닐은 섭씨 140도 이상에서 물과 반응하면 염화수소 가스, 이산화황 같은 독성물질을 발생시킨다. 이 때문에 리튬염화티오닐전지는 화재 발생 시 더욱 위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차전지는 제조‧보관시에도 위험성이 크다. 재충전이 불가능해 제조할 때 무조건 완전충전(완충), 즉 100% 충전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보관 과정에서 그만큼 화재 위험성도 커진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번 사고에서도 3층 출입구 쪽에 일차전지 약 3만5000개가 박스 형태로 쌓여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충전과 재활용이 가능한 전지는 ‘이차전지’로 분류한다. 전기차는 이차전지를 활용하기 때문에 신차를 출고할 때 배터리를 굳이 완충하지 않는다. 보관 및 운반 과정에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이차전지는 음극재로 흑연(그라파이트)을 주로 활용한다. 일차전지에 쓰이는 리튬 메탈과 비교하면 흑연은 상대적으로 구조가 안정적인 물질이다.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에 이온(ion)만 통과하게 하는 분리막 기술도 일차전지 대비 고도화돼 있다.


이를테면 전기차용 이차전지 분리막에는 세라믹 코팅을 한다. 열에 잘 견딜 수 있는, 즉 방열 기능을 높이기 위한 장치다.


제조 시설의 안전성도 이차전지가 일차전지보다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기업이 운영하는 이차전지 제조 시설은 대부분 ‘화재안전 중점관리 대상’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화재의 예방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화재예방법)’에 따르면 연면적 3만㎡ 이상 공장은 중점관리 대상으로 지정돼 소방당국의 특별조사나 점검을 받아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차전지 공장 화재로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엉뚱하게 전혀 특성이 다른 이차전지 탑재 제품들까지 불필요한 오해를 받고 있다”면서 “이번 일로 가뜩이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빠진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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