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민주 보수와의 동지적 관계"
이재명 "정치는 존중·상생·포용의 길"
'영남 민심' 한계 극복 과제 아우르나
더불어민주당의 지지부진한 동진 정책에 당의 외연 확장·영남 민심을 다시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이재명 당대표 후보의 대권가도는 물론이고 당 지형 안정화에도 상당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당의 외연 확장과 동진(東進) 정책'을 주장하는 이언주 최고위원 후보의 역할론도 급부상하고 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 후보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에는 이언주 후보와의 대담이 40분가량 생중계됐다. 이날 이언주 후보는 "민주 보수 세력과의 동지적 관계"를 언급하며 '동진 정책'의 중요성과 외연 확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는 "정치는 존중·상생·포용·통합의 길로 가야한다"며 "이질적 요소를 용인하지 못한다면 좋게 말하면 순혈주의, 나쁘게 말하면 정치가 아닌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에 지난 당대표 출마 선언에서 "정권교체를 넘어 시대교체를 만드는 미래형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던 이재명 후보가 지난 전당대회 때 '이기는 민주당' 공약으로 내세웠던 '동진 정책'에 재시동을 걸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동진 정책은 3당 합당 이후 영남에서 지지층을 상실한 민주당계 정당이 영남의 지지층과 의석을 재확보하기 위해 펼친 전략을 말한다.
민주당은 1998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취임 직후부터 지역주의 타파 기치로 '동진 정책'을 펼쳤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16대 총선 당시 당선 가능성이 큰 서울 종로가 아닌 험지인 부산 북강서을을 선택하면서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2년 뒤 대선 승리로 이어졌다.
이는 2016년 민주당이 부산에서 5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하고 2017년 19대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부산과 울산에서 1위를 기록한 쾌거가 됐다.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는 부·울·경 모두 민주당이 광역단체장을 배출하며 '동진'의 꽃이 만개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 야권이 영남에서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대선과 전당대회 후보 시절부터 '동진 정책'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지만 '부산엑스포 유치' '가덕도 신공항 조기 개항' 등 강한 추진을 공언했던 PK 현안에서 동력을 잃었다. 급기야 이 후보의 민주당은 지난 4·10 총선에서 전국적으로는 압승했지만, 부산에서는 18석 중 1석을 얻는데 그치며 당세가 되레 위축됐다.
8·18 전당대회에서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권리당원 선거인단도 전체 124만1892명 가운데 부산과 경남은 각 3만 명 안팎, 울산은 1만5000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전체 대비 각 지역이 차지하는 비율을 합쳐도 6% 남짓으로, 소수에 그친 부산·울산·경남의 목소리가 이재명 후보의 대권가도에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비판이다.
정치권에서는 이언주 최고위원 후보의 이력이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역할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 후보는 영남 출신의 97세대(1990년대 학번, 1970년대생)로, 부산에서의 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영남의 정치 지형과 정서, 보수층의 정서와 문화 이해력이 높은 인물로 꼽힌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30% 박스권에 갇혔다'는 쓴소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적재적소의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당의 지지기반을 넓히겠다는 이언주 후보는 보수세가 강한 강원, 대구·경북 지역에서 당원들에게 '동진 정책'으로 당의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약속을 내놨다. 현 정권의 탄핵을 노리는 것보다, 보수층의 외연을 흡수해 다가올 선거에서 정권교체를 시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후보는 이날 전당대회 강원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대통령을) 탄핵하고 조기 대선을 치르는 일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며 "상대 진영의 기저층을 포용하고 흡수해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도 "단순히 상대 진영과 싸우는데 그치지 않고 상대 외연까지 흡수해서 동진정책을 대대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대구 경북에 있는 민주 보수세력, 중도 세력, 역사를 바로세우고자 하는 그 모든 사람들이 우리의 동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