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집게손 사건' 재수사하도록 경찰에 요청…"모욕적·성적수치심 야기, 계속 수사 필요성"
법조계 "경찰 '미흡한 결정' 인정했고 검찰도 재수사 의지 표명…검찰 송치 가능성 높아"
"피의자 사용 표현에 허위사실적시 있다면 명예훼손…없다면 모욕죄로 처벌될 것"
"피해자에 직접적으로 성적수치심 유발 표현 사용했다면…통매음 처벌 가능성도"
게임 홍보영상에 이른바 '집게손가락' 그림을 그린 작가의 신상을 공개하고 모욕한 네티즌들이 다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법조계에서는 경찰이 수사 미흡을 인정하고 재수사를 할 정도라면 피의자들을 처벌하겠다는 취지라며 검찰에 송치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작가의 신상을 공개하고 욕설을 했다면 명예훼손, 모욕죄 등 혐의가 적용될 것이라며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벌금형이 내려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2부(박윤희 부장검사)는 9일 서울 서초경찰서가 불송치(각하) 결정을 내린 일명 '집게손 사건'을 재수사하도록 경찰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의자들이 모욕적이고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만한 글을 게시하거나 전송한 점을 고려할 때 계속 수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11월 한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만든 넥슨 게임 홍보영상을 두고 일부 네티즌이 남성 혐오를 의미하는 제스처가 등장한다며 의혹을 제기하면서 촉발됐다. 이 과정에서 네티즌들은 제작사 소속 직원 A씨를 해당 장면을 그린 애니메이터로 지목하고 온라인상에 이름과 사진 등 신상을 공개하고 욕설과 성적 모욕을 가했다. 그러나 문제가 된 장면을 그린 애니메이터는 남성으로 확인됐고, A씨는 작성자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다만, 경찰은 "극렬한 페미니스트들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표명하는 과정에서 다소 무례하고 조롱 섞인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며 피의자 35명에 대해 각하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를 두고 도를 넘은 인신공격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결국 경찰은 "일부 혐의에 대해 수사가 필요함에도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각하 결정한 것은 미흡한 결정이었음을 인정한다"며 재수사를 결정했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YK)는 "경찰도 스스로 '미흡한 결정'을 내렸다고 인정했고, 검찰도 재수사 의지를 표명한 만큼 이번엔 피의자들이 검찰에 송치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며 "피의자별 각 혐의에 따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모욕,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 등의 혐의로 송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들이 A씨를 향한 모욕적이고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만한 글을 게시한 부분은 계속 수사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며 "사이버불링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만큼 이와 같은 사건에 대한 수사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도윤 변호사(법무법인 율샘)는 "경찰이 '미흡한 결정'임을 인정하고 검찰에게 '재수사 의지를 밝힌적'이 이전에도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말 예외적인 사례로 보인다"며 "경찰에서 이렇게까지 표현을 했다면 송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가 미흡했다고 인정한 뒤 재수사하는 사안에 대해 또다시 불송치 결정을 할 수는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상에서 피해자의 신상을 공개하고 성적으로 모욕했다면 이는 모욕죄 혹은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다"며 "각 가해자의 동종전과여부, 범죄방식 및 횟수, 표현의 정도, 피해회복여부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벌금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황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확신)는 "피의자들이 사용한 표현에 (허위)사실적시가 있었다면 정통법상 명예훼손으로, 없었다면 모욕으로 처벌될 것"이라며 "만약 A씨에게 직접적으로 성적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했다면 그 경우 통신매체이용음란행위로 처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경찰의 잘못된 불송치결정에 대한 시스템상의 제재가 필요하다고 본다. 경찰의 이런 결정에 대한 특별한 제재가 없는 것도 부실수사의 배경"이라며 "세간에는 경찰이 업무경감을 위해 불송치 후 검찰의 수사지휘에 따라 보완수사하는 게 관행처럼 이뤄진다는 말도 있다. 업무효율을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나눴는데 결국 효율이 더 떨어진다는 내·외부적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