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걸 읽고 전혀 생각지 못한 부분까지 보게 돼”
“함께 읽고 싶은 사람들 위한 공간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아”
오프라인 독서모임 ‘트레바리’는 유료 서비스임에도 불구, 약 5000명의 회원을 확보 중이다. 유료 회원제로 운영이 되는 출판사 민음사의 북클럽에는 회원 모집 하루 만에 5000명이 몰리기도 했다.
미국 패션 모델 카이아 거버(Kia Gerber)가 독서모임을 만들면서 “독서는 정말 섹시하다(Reading is so sexy)”라고 말한 것이 화제가 된 바 있는데, 가이아 커버처럼 젊은 층 사이에선 독서가 ‘힙한 것’으로 통하고 있다. 그리고 독서모임 또는 낭독회 등을 통해 책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문화가 확대되고 있다. “성인 10명 중 6명은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조사가 나와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지만, 한쪽에선 정반대의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유료 가입 모임이 형성되기도 하지만, 다수의 동네 책방에서도 ‘모임’을 통해 독자들을 서점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물론 “책 판매만으론 서점 유지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배경도 없지 않지만, 책을 함께 읽는 과정에서 손님도, 서점 주인도 ‘특별한’ 경험을 하며 이를 나누기 위해 노력 중이다.
서점 북티크에서는 49,500원(추천책 1권과 음료 무제한 포함)의 비용을 지불한 뒤 서점에 입장, 방해 받지 않고 밤새 책을 읽고 새벽이 되면 토론하는 ‘심야서점’이 독자들의 관심을 받는가 하면, 또 다른 동네서점 개똥이네 책놀이터에서는 낭독, 고전읽기 등 여러 종류의 독서모임만 15개가 운영되고 있다. 북티크의 박종원 대표는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독서모임과 북토크를 해왔는데, 규모가 갑자기 늘었거나 하지는 않지만 북스타그램, 출판사 독서모임, 북페어, 북카페 같은 공간들이 늘어나는 것을 느낀다. 출판인을 비롯해 일반인들까지 관심이 많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자들이 독특한 모임에 대한 후기를 남기며 새로운 참여를 이끄는 사례까지. 모임이 독서 활동을 한층 활발하고,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여러 독서모임을 섭렵한 30대 직장인 조혜진 씨는 “스스로 읽기와 쓰기 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의식적으로라도 ‘책을 읽어야겠다’ 다짐했다. 그런데 의지박약인 제겐 약간의 ‘강제성’이 필요했기에, 모임을 결성했다. 다행히 마음 맞는 이들이 모였고, 함께 읽게 됐다”고 말했다. 북티크 모임에 참여 중인 이겨울 씨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 자체가 즐겁다. 그것만으로 하길 잘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함께 읽으며 책의 가치, 매력을 더욱 깊게 체감하기도 한다. 조혜진 씨는 “같은 책을 읽어도 집중하는 포인트가 다 다르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 누군가는 인물에 집중하고, 누군가는 자신을 대입해서 보고, 또 누군가는 그 책이 몇 쇄를 찍었는가까지도 살피더라. 요즘은 ‘국민 프로그램’이 없을 정도로 개인의 취향만 골라 볼 수 있거나 알고리즘의 파도를 타는 시대인 만큼 같은 것을 공유하는 자체가 귀한 일인 것 같다. 이 때문에 같은 걸 읽고 내가 전혀 생각지 못한 부분까지 보게 된다는 점, 그리고 내가 아는 것에 같이 공감하고 와닿게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독서모임 참여자 한다솔 씨는 “책을 함께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지 말자’란 생각 때문이었다. 또 최근에 책을 읽으면서 비슷한 부분에 눈길이 간다는 걸 느끼면서 ‘나 혼자 책을 읽으면 한쪽으로 치우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시각을 알고 제 시야를 더 넓히기 위해 함께 책을 읽고 나누는 시간이 중요한 것 같았다”고 독서모임 참여 계기를 설명하면서 “하면서 좋은 점은 그 책을 읽고 나서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질문을 생각해서 물어보는 시간이 좋다는 것이다. 그러면 다양한 답들이 나오는데 그걸 들으면서 저를 또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시간도 되고 또 사람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시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독서모임을 운영하는 개똥이네 책놀이터의 정영화 대표는 “책은 누구나 ‘읽어야 한다’는 건 알지만, 시작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런데 동네에서 모임을 하면서 책을 읽게끔 도와주니까 좋아하더라. 또 내가 고르지 않았을 책을 읽게 된다는 점도 좋다. 하고 난 뒤 ‘덕분에 좋은 책을 읽었다’, ‘모임 때문에 고전의 재미를 알게 됐다’고 말해주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공간 마련’ 등의 제도적인 도움을 통해 책의 매력이 전파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다. 조혜진 씨는 “30초면 읽을 레시피를 3분에 걸친 영상으로 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간이 더 들어도 영상물을 보는데 그 영상물조차 짧고 빠른 게 트렌드다. 읽지 않는 게 대세인 세상에서 ‘읽음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고, 아직 읽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 등이 더 많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북티크를 통해 독서모임에 참여 중인 안대현 씨도 “모임에 최적화가 된 공간을 만들거나, 북티크 같은 공간을 전용 공간으로 지정해서 그 사업장에 지원을 해주는 방식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독서모임을 참여하려는 사람들에게 도서 비용을 지원하는 등의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제도적인 바탕이 마련된다면 훨씬 더 많은 관심과 호응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