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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무원과 답정너' 삼성 관료주의 논란을 보며[기자수첩-산업IT]


입력 2024.10.25 07:00 수정 2024.10.25 09:07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삼성 안팎서 '무사안일주의와 보신주의' 지적

조직 문제는 기어이 기술 혁신 정체로 이어져

"관료주의 대신 엔지니어 및 실무진 존중돼야"

ⓒ챗GPT 이미지

삼무원, 엘무원, 슼무원.


국내 굴지의 대기업 이름과 '공무원'을 합성한 단어다. 무거운 책임을 담보로 기업의 미래를 꾸릴 혁신보다는 현 상황만을 지키는 무사안일주의, 보신주의가 팽배해질 때 조직 안팎에서 자조적으로 등장하는 말이다. 다만 요 며칠 '삼무원'이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최근 3분기 잠정 실적 발표 후 연일 터져나오는 삼성전자 위기론 탓이다.


단순히 저조한 실적 때문만이 아니었다. 보다 근본적인 배경으로는 관료주의에 젖어버린 조직 문화 및 분위기가 크다. 최근 삼성 반도체를 이끄는 DS부문장에 새롭게 오른 전영현 부회장이 이와 관련해 "조직문화를 고치겠다"고 이례적으로 언급하면서 실제 조직 내부 사정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여기에 한 매체가 익명의 현직 반도체 종사자 인터뷰를 내보내면서 이 의혹은 보다 사실에 가까워졌다. 주된 내용은 ‘실패하지 않으려고 도전도 안한다‘, ’기술보단 전통 관리 라인이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다‘와 같은 것 들이다.


물론 조직 내부 몇 사람의 인터뷰 내용으로 그 모든 내용을 단언할 수는 없다. 실제로 오늘날의 삼성을 둘러싼 위기설에는 오너 사법리스크, 노조 문제, 특정 사업 진행에 대한 일시적 오판 등 다양한 배경이 있다. 그럼에도 '조직 문화'라는 해묵은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삼성의 관료주의에 우려를 표하는 안팎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 부회장이 자사 3분기 실적 발표 뒤 "가진 것을 지키려는 수성(守城) 마인드가 아닌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하겠다"고 공언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내부 조직 문제는 기어이 기술 혁신의 정체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곧 회사를 떠날, 언제 나갈지 모르는 '임원의 보여주기식 성과'가 아닌 실무진, 특히 엔지니어들에 힘이 실려야 한다.


잡음이 큰 건 그만큼 파급력이 크다는 의미다. 국가 수출 20%를 떠안았던 버팀목이 출렁이자 삼성맨 뿐만이 아닌, 대다수의 '비(非)삼성맨'인 국민들도 동요하고 있다. 물론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수 있는 회사는 아니다. 다만 10년 뒤 삼성전자가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으려면 기술과 엔지니어, 실무진을 중시하는 사내 문화가 필수 전제 돼야 한다. 1등을 탈환할 삼성의 '다시 한번' 저력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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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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