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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주 낙태 의사들, 숨 쉬는 아이 방치해 사망했다면…사실상 직접 살해한 것" [디케의 눈물 319]


입력 2024.10.31 05:06 수정 2024.10.31 05:06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피고인들, 지난 6월 태아 임신중단 수술 및 살해 혐의…경찰 "태아 방치해 사망, 명백한 살인 혐의"

법조계 "의사, 태아 보호할 의무이자 '보증인' 지위 있어…살리려는 최소한의 보호 조치 해야"

"호흡기 부착 및 체온 조절 등 보호 조치 안 했다면 부작위 의무 미이행…살해의 고의성 인정"

"태아 정상적으로 살아서 출생했는지 여부가 관건…숨 쉬는 아이 방치했다면 고의 살해"

한 여성 유튜버가 지난 6월 게재한 36주 임신중단 관련 브이로그 영상.ⓒ유튜브 캡쳐

경찰이 지난 6월 발생한 '36주 낙태'(임신중단) 사건과 관련해 입건된 의사들에게 명백한 살인 혐의가 있다고 밝힌 가운데 살인죄 성립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의사는 아이를 보호할 의무이자 '보증인'의 지위가 있는 만큼 분만된 태아를 구호하려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살해의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태아가 정상적으로 살아서 출생했는지 여부가 관건이고 만약 살아 숨 쉬는 아이를 방치해 사망했다면 사실상 태아를 직접 살해한 것과 다름 없다고 강조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28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분만한 태아는 정상적으로 출생했고 그 이후 방치해서 사망했기 때문에 살인죄가 맞는다고 판단한다"며 "태아를 살해하려는 고의가 인정됐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태아가 방치돼 사망했다'는 점에 대해 "태어나면 해야 할 조치가 있는데 이를 하지 않아서 사망에 이르렀다고 하면 모든 게 방치에 다 포함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경찰은 살인 혐의를 받는 병원장 70대 윤모 씨와 집도의인 60대 심모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대해 재신청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윤씨와 심씨는 임신 36주 차에 낙태한 경험담을 올려 논란이 된 20대 유튜버 A씨의 낙태 수술을 해 태아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서울중앙지법은 앞서 지난 23일 "기본적 사실관계에 관한 자료가 상당 부분 수집된 점, 피의자 주거가 일정한 점, 기타 사건 경위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연합뉴스

의료법 전문 이동찬 변호사(더프렌즈 법률사무소)는 "모체 밖으로 살아서 분만된 태아를 살리려는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부작위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살인과 동일하게 판단된다. 태아에게 호흡기를 부착하거나 인큐베이터에 옮겨 체온을 일정하게 조절하는 등 기본적인 의사의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면 살해의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부모나 의사의 경우 아이를 보호해야 할 의무이자 '보증인'의 지위가 있다. 보증인의 지위가 없는 제삼자가 아이를 그냥 보고 지나쳤다면 부작위에 의한 살인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며 "그러나 부모나 의사가 당연히 해야 할 최소한의 보호 조치를 하지 않아 아이가 사망했다면 인의적으로 살해한 것과 동일하게 판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도윤 변호사(법무법인 율샘)는 "형사법에서는 임부에게 규칙적인 진통이 수반되는 순간부터 사람으로 보기 때문에 태아도 살인죄의 객체가 될 수 있다. 다만, 태아가 정상적으로 출생을 했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는데 경찰에서는 태아가 정상적으로 출생했고 이후 태아의 생명 유지를 위하여 응당 취해야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했다고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법적인 작위의무를 지고 있는 자가 그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결과발생을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관한 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그 불작위는 작위에 의한 법익침해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다"며 "살아서 태어나 숨 쉬고 있지만 혼자서 생명유지를 할 수 없는 태아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해 사망하였다면 사실상 태아를 직접 살해한 것과 다름 없다는 판단하에 살인죄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승우 변호사(법무법인 정향)는 "수사기관에서 어느 정도 증거를 확보했기에 살해의 고의 입증을 자신하는 것 같다. 특히, 의료진이 출산 이후 해야 될 여러 가지 의료적 절차들을 고의적으로 누락한 정황을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실제로 고의적으로 누락해서 아이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했다면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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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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