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차주 신용점수 900점대 중반
2금융 ‘풍선효과’에 불법사금융 우려도
산용점수가 900점을 훌쩍 넘는 우량 차주들도 제1금융권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면서 이들의 발걸음이 제2금융권으로 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작 급전이 필요한 중·저신용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계부채를 옥죄는 정부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취약 차주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9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신용대출 평균 취급 신용점수는 937.4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2.3점 올랐다.
은행권이 가계대출 심사 조건이 까다로워 지면서 고신용자들의 대출 문턱도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별 평균 신용점수를 살펴보면 우리은행이 946.2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신한은행 939.2점 ▲하나은행 937.0점 ▲국민은행 936.0점 ▲농협은행 928.0점 순이었다.
신용등급은 신용평가사 코리아크레딧뷰로 기준 1등급은 942점 이상이며 2등급은 891~941점 3등급은 832~890점 등으로 구분된다. 통상 3등급까지 고신용자로 구분되는데 현재 상황으로선 2등급의 고신용자도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렵다.
지방은행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같은 기간 부산·경남·광주·전북·제주은행 등 5개 지방은행의 가계신용대출 평균 취급 신용점수는 899.9점으로 1년 새 32점이 올랐다.
카카오·토스·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가계대출 신용 평균 점수는 928.7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보다 10.3점 오른 점수다.
문제는 중·저신용자들이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잔액은 올해 상반기 기준 13조1416억원으로 2021년 말 18조1076억원 대비 4조9660억원 감소했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동안 1조9918억원 감소했다. 이어 ▲국민은행 1조4425억원 ▲하나은행 8836억원 ▲우리은행6482억원 순으로 중·저신용대출 잔액이 줄었다.
중저신용대출 비중은 ▲신한은행 17.8% ▲국민은행 16.0% ▲하나은행 14.8% ▲우리은행12.5% 등으로 평균 15%대로 집계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신용자들이 지방은행과 저축은행, 카드사 등 2금융권 대출을 이용하는 ‘풍선효과’가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고신용자들이 2금융권으로 몰리면서 2금융권의 대출이 가능한 신용점수도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 결과 정작 급전이 필요한 중·저신용자들이 불법사금융 등 벼랑 끝으로 몰린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이 매년 이자 이익을 통해 높은 수익성을 달성하는 반면, 중·저신용자 대출은 줄이고 있어 이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금리가 올라가면서 고신용자 위주의 신용대출이 주를 이루다 이마저도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규제보다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