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아시아 정책 총괄했던 캠벨
"김정은, 비핵화 조건 수용할지 의문"
'트럼프 1기'서 대북 실무협상 담당한
조셉 윤 "CVID, 더는 유효하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업적' 달성을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다시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워싱턴 조야에선 회의적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 1기에 성사된 미북 협상은 북한 비핵화를 포함하는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했지만, 김 위원장이 해당 조건을 다시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서 아시아 정책을 총괄했던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은 18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관한 제9차 한미 전략포럼에 참석해 "현재 조건에서 무엇을 통해 북한이 미국의 관여를 원하도록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캠벨 부장관은 트럼프 당선인과 김 위원장의 접촉 재개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면서도 '외교적 기반'이 달라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에서의 북한 비핵화'라는 지속되는 아이디어가 과거 시기 외교의 기본 토대였다"며 "김정은이 앞으로 그 조건을 받아들일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김 위원장이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을 만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할 것을 확약"한 '싱가포르 선언'의 유효성에 의구심을 제기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최근 평양에서 열린 '조선인민군 제4차 대대장·대대정치지도원대회'에서 "핵무력 강화노선은 이미 불가역적인 정책으로 된 지 오래"라며 "남은 것은 지금 당장이라도 핵무력이 전쟁억제의 사명과 제2의 사명을 수행할 수 있게 더욱 완벽한 가동태세를 갖추는 것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비핵화에 선을 긋고 유사시 한국·미국·일본 등에 대한 핵공격이 가능하도록 군사역량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트럼프 1기에서 대북 실무협상을 이끈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과거보다 협상 문턱이 높아졌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전제한 협상에 선을 그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윤 전 대표는 최근 한 포럼에서 "현실을 우선 받아들여야 한다"며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앞에 두고 협상하는 건 있을 수 없다.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 핵폐기)라는 표현을 과거에는 썼지만, 더는 유효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거래'가 없을 경우, 북한은 더 위협적으로 행동하고 강력한 무기를 만들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비핵화를 달성하려 하되, 이를 위해선 군축, 동결, 신기술 중단 그리고 남북 간 관여 같은 '작은 단계'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협상 테이블에 상대가 원하는 것을 올려놔야 한다"며 "어떤 거래를 하려면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어느 정도 줘야 한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제재 완화"라고 말했다.
대북제재 완화와 북한 핵능력 동결 및 군축을 '맞교환'하자는 취지로 풀이되지만, 이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인정하는 결과로 이어질 거란 지적이다.
중국 견제에 국력을 집중해야 하는 미국으로선 북핵 해결이 아닌 관리만으로도 '전략적 이익'을 거둘 수 있지만,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하는 한국 입장에선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으로 평가된다.
윤 전 대표는 "물론 (북핵 동결 및 군축 협상 시) 정치적으로 반발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한국 같은 경우 이제 옵션이 별로 없다. 그래서 독자적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최후의 선택지'를 한국이 택할 경우, 주변국 연쇄 핵무장으로 이어져 안보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는 만큼, '현실적 해법'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캠벨 부장관은 "만약 한 국가가 핵무기에 대한 선택지를 재고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연쇄적으로 재고하는 국가들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며 "그것은 궁극적으로 우리의 전략적 이익에 도움 되지 않는 방식으로 안보를 저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잘해봤자 핵군축" 전망도
북한이 협상 문턱 높일까
일각에선 러시아라는 확실한 뒷배를 확보한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서두르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김진하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일과나눔·공감한반도연구회 컨퍼런스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비핵화에 나설 만큼 제재 해제가 절박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중국·러시아와 다 통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협상을) 잘해봤자 핵군축"이라며 북한이 되레 한미동맹 축소 등을 요구하며 협상 문턱을 높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미국 쪽에서 (대북협상) 접근이 힘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