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글로벌 주식시장 전망 간담회 개최
美 주식 밸류 높은 수준…실적 중요해져
밸류업 정책, 주주 보상 등 시장에 긍정적
“日 증시 변동성, 장기 투자자에겐 기회”
최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시대 개막과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글로벌 증시 방향성을 가늠하기 힘들어진 가운데 미국 증시에 비해 한국 및 아시아 시장은 저평가된 밸류에이션을 바탕으로 알파(초과수익) 기회가 풍부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조슈아 크랩 로베코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 주식운용 대표는 3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개최된 ‘2025년 하반기 글로벌 주식시장 전망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은 과거에 비해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유럽 및 아시아 시장과 비교해서도 비싼 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크랩 대표는 미국 증시에 대해 기업 실적이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내년 기업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하게 될 경우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면서도 “매그니피센트7 등 기술주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종·종목이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점은 주식시장을 계속 뒷받침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 등 아시아 시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그는 “한국의 경우 밸류업이 막 시작된 단계로 완성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이미 일본을 통해 밸류업 정책의 시행은 시장에 긍정적이며 주주에게 상당한 보상을 줄 수 있다는 것으로 입증됐다”고 말했다.
크랩 대표는 또 한국 반도체 기업이 저평가 구간에 들었지만 전체 시장 상황을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평가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같은 업종 내에서도 수요가 쏠리면서 그때그때 저평가 종목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는 “인공지능(AI) 열풍 속에서 현재까지 그래픽처리장치(GPU) 관련 종목이 강세였지만 앞으로 서버 수요가 늘 것”이라며 “이어 휴대전화나 노트북에 탑재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통합 등으로 투자가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과 중국 증시에서도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일본 증시 변동성은 엔저(低)와 금리 움직임에 민감한 ‘패스트 머니’ 때문이라며 장기 투자자에게는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크랩 대표는 “일본의 경우 십 년 만에 처음으로 대출과 임금이 늘어나는 데다 민간 투자도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어 일본 경제가 구조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최근의 정치적 변화에도 도쿄증권거래소와 경제산업성 등이 일본 증시를 확실하게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경우, 2015년 이후의 증시 흐름을 고려하면 밸류에이션이 현 수준보다 낮게 형성된 시기가 없다”며 “중국 증시가 현 수준보다 낮아질 경우 정책당국이 개입할 확률도 높다”고 진단했다.
이와함께 다른 아시아 시장들에 대해서도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베트남·필리핀·인도·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의 경우도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수출 성과가 좋게 나타나고 인구가 많아 내수 시장도 성장 중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인도 증시 벨류에이션이 과거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호황인 기업공개(IPO) 시장 등에서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로베코자산운용은 네덜란드 최대 규모 자산운용사로 지난 9월 기준 총 운용자산(AUM)은 2273억 달러(약 319조원) 수준이다. 지난 2017년 12월 글로벌 자산운용사 중 최초로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