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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당했다”…영미권 현지화 그룹에 드리운 케이팝 산업의 그림자? [D:가요 뷰]


입력 2024.12.17 07:42 수정 2024.12.17 07:42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VCHA 멤버 케이지, 소속사 학대 주장...소속사 측 "과장된 내용" 반박

지난 6일 JYP엔터테인먼트의 미국 법인이 소송에 휘말렸다. JYP 영미권 현지화 그룹 비춰(VCHA)의 미국인 멤버인 케이지(KG)가 아동 노동 착취, 방임, 학대 그리고 불공정 계약을 이유로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JYP

케이지는 ‘학대’와 ‘자살’이라는 자극적 키워드를 꺼냈고, 소속사는 “과장된 내용”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법정 다툼을 시작한 만큼 사실 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질 테지만, 이와 별개로 영미권 현지화 그룹 시스템의 초석을 다지고 있는 케이팝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그간 강도 높고 통제가 심한 케이팝 트레이닝 시스템으로 악명이 높았던 ‘케이팝 시장의 그늘’이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한 번 심판대에 오른 것이 아니냐는 시선까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어떻게 결론이 나느냐에 따라 케이팝 트레이닝 시스템에 일부 제동이 걸릴 가능성까지 내다보는 의견도 나온다.


물론 JYP엔터테인먼트는 미국 현지 법인인 JYP USA 성명을 통해 “특정 스태프들에게 학대를 겪은 후 JYP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종료하고 비춰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한 멤버가 자살을 시도하게 만든 근무 환경과 생활 환경을 지지하지 않는다. 섭식 장애를 유발하고 멤버들을 자해하게 만드는 환경 역시 지지하지 않는다”는 케이지의 주장과 관련해 “케이지가 허위 및 과장된 내용을 외부에 일방적으로 공표하며 소송이란 방식을 택한 점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본 사안으로 비춰의 다른 멤버들과 당사가 더 이상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반박했다.


두 주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지만, 케이지의 몇몇 주장이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 건, 그간 케이팝 시스템을 통해 배출된 아이돌 그룹들이 수없이 이 같은 고충을 토로해왔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 국적의 멤버들은 물론이고, 한국 국적의 멤버들도 마찬가지로 뿌리 깊게 자리 잡아 온 강도 높은 훈련과 통제를 이기지 못하고 팀을 떠나는 사례도 적잖았다. 몇몇 외국 연예 기획사들은 한국의 아이돌 트레이닝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기도 했지만, 대부분 벤치마킹 불가를 결정하고 돌아간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케이팝 트레이닝 시스템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통제’와 그 통제 안에서 이뤄지는 ‘훈련’이 필수적이다. 해외 현지화 그룹이라고 하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문제는 문화적 차이가 더해지면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진다는 점이다. 서구 문화권에서는 개인의 자유와 의사 표현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한데 케이팝 시스템은 염격한 규율과 통제가 강조되기 때문에 문화적 충돌이 불가피하다. 이번 비춰 사태는 케이팝 시스텝 세계화의 문제점의 대표적 사례”라고 짚었다.


업계에서는 기존의 케이팝 가수들이 영미권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아닌, 현지인으로만 구성한 새로운 형태의 그룹을 만들고, 현지에서 활동하는 그룹을 만들기 위해선 그에 따른 새로운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더구나 이들이 활동하는 무대도 한국이 아니다. 케이팝 트레이닝 시스템이라는 개념이 단순히 ‘통제’와 ‘강도 높은 훈련’에 매몰되어 있어선 안 될 것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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