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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제조업 대출 부실 1조 넘었다…거세지는 '불황 한파'


입력 2024.12.24 06:00 수정 2024.12.24 06:0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올해만 1400억 가까이 늘어

수출 부진 악영향 확산 우려

제조업 불황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5대 은행이 제조업체에 내준 대출에서 불거진 부실이 올해 들어서만 1400억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부진과 함께 깊어지는 경기 불황의 악영향이 은행권 대출까지 확산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의 제조업을 둘러싼 먹구름이 점점 짙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금융권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이 제조업체에 내준 대출에서 발생한 고정이하여신은 총 1조573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4.9%(1375억원) 늘었다.


은행은 보통 고정이하여신이란 이름으로 부실채권을 분류해 둔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통상 석 달 넘게 연체된 여신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금융사들은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제조업 대출 고정이하여신이 2424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2.7% 증가했다. 농협은행 역시 2359억원으로, 하나은행은 2290억원으로 각각 12.5%와 21.2%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신한은행도 2200억원으로, 우리은행은 1300억원으로 각각 6.2%와 11.6%씩 제조업 대출 고정이하여신이 증가했다.


5대 은행 제조업 대출 고정이하여신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제조업 대출에서 부실이 꿈틀대고 있는 배경에는 발목을 잡힌 수출의 여파가 자리하고 있다. 성장 엔진이 돼 줘야 할 수출에 제동이 걸리면서 대출을 끌어 쓴 제조업계의 부담이 커지는 형국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달 한국의 수출은 563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같은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10월 플러스 전환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수출 증가세가 이어진 지난 14개월 동안 수출 증가율은 올해 1월 18.2%로 정점을 찍은 뒤 등락을 반복하다가 ▲7월 13.5% ▲8월 10.9% ▲9월 7.1% ▲10월 4.6% ▲11월 1.4% 등으로 줄곧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양대 수출 시장인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현실은 우려를 더하고ㅓ 있다. 우리나라의 올해 11월 대중 수출은 113억 달러로 5개월 연속 110억 달러 이상을 기록했으나, 전년 동월 대비 0.6% 줄면서 9개월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대미 수출 역시 104억달러로 3개월 연속 100억 달러를 넘겼지만, 같은 기간 대비 5.1% 줄면서 15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이 끊겼다.


앞으로의 전망도 어둡다. 우리 기업들이 바라보는 경기 관측은 바닥을 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이번 달 전망치는 97.3에 머물렀다. BSI가 기준치인 100보다 낮다는 건 전월 대비 경기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의미다.


이같은 BSI 전망치는 2022년 4월부터 33개월 연속 기준치를 밑돌고 있다. 경기 심리가 33개월 연속 부진한 것은 1975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장기간인 2018년 6월~2021년 2월(33개월)과 같은 기록이다.


특히 제조업의 BSI 전망치는 89.9에 그쳤다. 비제조업 105.1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제조업의 10개 세부 업종별로 보면 자동차·기타운송장비만 105.7로 호조 전망을 보였고 식음료·담배, 의약품은 기준치에 걸쳤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의 사이클이 긴 편인 제조업의 산업 특성 상 단기 업황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고금리, 고환율과 맞물려 경기 불황이 장기화할 경우 이들의 대출 건전성도 직속 악화할 수 있는 만큼 은행들로서는 충분한 리스크 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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