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크기 커질수록 공기흡입구도 커져…조류 충돌 가능성 높아져
제주항공 여객기 착륙시도 당시 무안공항 근처에 큰 새떼 무리
엔진 작동불능됐더라도 랜딩기어까지 작동하지 않은 것은 의문
지난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으로 '버드 스트라이크'(항공기 조류충돌)이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항공기에 새가 부딪히는 상황 자체가 매우 위험하다는 점, 대형·고속 항공기일수록 버드 스트라이크 위험이 높다는 점 등을 들어 유력한 사고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설령 버드 스트라이크가 있었다 하더라도 비행기의 착륙 장치까지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지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섣부르게 원인을 단정 지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항공 전문가들은 우선, 제트엔진을 사용하는 대형 항공기일수록 조류 충돌 사태에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항공기 전문 개발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 관계자는 30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흔히 제트엔진이라 불리는 터보팬 엔진을 사용하는 대형 항공기일수록 조류 충돌에 취약한 것은 사실"이라며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 엔진이 커질수록 공기를 흡입하는 터보팬 블레이드 역시 커지기 때문에 새가 충돌하거나 빨려들어갈 위험도 비례해서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터보팬 엔진은 블레이드를 통과한 고속의 공기가 엔진 내부의 좁은 통로를 거치며 순간적으로 고온·고압으로 압축되는데 조류가 빨려들어가 압축기류의 통로를 막으면서 엔진 내부 압력으로 인해 폭발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버드스트라이크 사고"라며 "사고 영상에서도 여객기 우측 엔진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봤을 때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최기영 인하대 항공우주학과 교수도 이날 YTN과의 인터뷰에서 "밖에서 촬영된 사고 영상을 보면 하나의 엔진이 조류 충돌에 의해서 불능 상태에 빠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다른 하나의 엔진은 그 순간까지는 고장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번은 새떼 무리가 굉장히 컸다고 이야기를 하니까. 두 엔진이 다 (조류충돌로) 문제가 동시에 생겼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조류충돌만으로 이 사고가 벌어졌다고 보기에는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항공기의 엔진이 제 기능을 못하더라도 착륙을 위한 랜딩기어가 아예 펼쳐지지 않는 것은 매우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이관중 서울대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항공기의 모든 동력을 엔진에서 만들어낸다면 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한 사고로 볼 수 도 있다"면서도 "랜딩기어를 설계할 때 압력을 미리 저장해두는 '축압기'가 있어 (엔진에서의 동력 공급이 끊기더라도) 보통 한 번 정도는 랜딩기어를 펼칠 수 있는데 이것이 작동을 안 했다는 게 의아하다"고 했다. 버드스트라이크로 인한 엔진 고장만으로 착륙에 실패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사고가 발생한 무안공항은 최근 6년간 버드 스트라이크가 10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14개 지방공항(인천국제공항 제외) 중 운항 횟수 대비 버드 스트라이크 발생률이 가장 높았다.
29일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공항별 공항 내 항공기 버드 스트라이크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024년 8월까지 무안국제공항에서는 총 10건의 버드 스트라이크가 발생했다. 운항 횟수(1만1004건) 대비 발생률로 치면 0.091%로 전국 14개 지방공항 중 무안국제공항이 가장 높았다. 2위는 경남권인 사천공항(6271건 운항 중 5건 발생, 0.079%)이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