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경총‧한경협, 연말연시 '내수 소비 진작' 캠페인 중단
경제계 신년인사회, 기업 신년회도 차분한 분위기 속 진행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벌어진 제주항공 여객기 착륙사고로 179명의 희생자가 나오면서 전국적으로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는 가운데,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추진됐던 재계의 소비 촉진 노력에도 제동이 걸렸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경제단체와 기업들은 내수 활성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던 송년‧신년 행사와 내부 모임, 소비 진작 캠페인 등을 잠정 연기하거나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년 1월 4일 24시까지 7일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한다고 선포하고, 대다수의 국민들도 숙연한 분위기로 연말연시를 보내는 상황에서 경제계가 떠들썩한 행사를 치르는 게 국민 정서에 어긋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경제단체들은 연말 탄핵 정국으로 인한 소비 침체가 내수경기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에 따라 잇달아 연말연시 소비 촉진을 유도하며 내수 활성화에 나섰으나, 무안 참사로 이같은 노력들도 무산되는 분위기다.
지난 19일 한국경제인협회를 시작으로 22일 한국경영자총협회, 2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잇달아 회원사들에게 협조 공문을 보내 송년회‧신년회 등 연말연시 모임 행사 진행, 임직원 잔여연차 사용 권장, 지역 특산물 구매 장려, 내수 촉진 및 영세・소상공인 지원 노력 등에 힘써줄 것을 요청했었다.
특히 대한상의는 30일 박일준 상근부회장과 신입직원 12명 등 임직원 20여명이 남대문 시장을 방문해 ‘골목 시장 살리기’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전날 무안 참사로 인해 잠정 연기했다. 연말까지 진행 예정이었던 ‘내수살리기 아이디어 공모’, ‘지역 맛집 콘텐츠 제작’등 내수 활성화 프로그램도 모두 중단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연말연시 대목이 사라질 경우 지역 소상공인들은 물론 우리 경제 전반이 침체되는 악영향이 우려됨에 따라 경제계가 내수 소비 촉진에 나섰던 것”이라면서도 “의도와 달리 무안 참사 애도 분위기를 해칠 경우 피해자 유족들에게는 물론, 국민들에게도 도리에 어긋나는 행위가 될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개별 기업들도 신년회 일정 변동이나 축소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4대그룹 중 SK그룹, LG그룹은 별도의 신년회를 열지 않고 연말‧연초에 이메일로 최태원 회장과 구광모 회장의 신년사를 공유하는 것으로 갈음해 왔다. 삼성전자는 새해 첫 출근일에 경영진과 일부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시무식을 진행하지만,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했었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대적으로 신년회를 열고 새해 경영방침과 목표를 발표해 왔으나, 이번 새해 신년회는 애도 분위기에 저촉되지 않도록 방식을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1월 3일 경기도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신년회를 개최한다고 출입기자들에게 공지한 상태다.
국내 최대 경제계 새해맞이 행사인 ‘신년인사회’도 예년처럼 활기찬 분위기를 띠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주최측인 대한상의는 내년 1월 3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2025년 신년인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행사 일정이 국가애도기간과 겹친다는 점에서 한때 연기 여부가 검토됐었으나, 애도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3일 신년인사회는 차분하게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면서 “다만 (무안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 등 애도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년인사회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필두로 한국경제를 대표하는 기업인, 경제단체장 등 경제계 인사 뿐 아니라 정‧관계, 주한외교사절 등 각계 인사가 모여 새해 국가 경제를 위해 협력하자는 의지를 다지는 자리다.
특히 올해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탄핵 정국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경제 위기 극복과 재도약 의지를 표명하는 상징적 이벤트로 기대를 모아왔지만, 무안 참사로 다소 위축된 분위기가 불가피해졌다.
참석자 면면도 예년만큼 화려하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통령과 대통령 대행을 맡았던 국무총리의 잇단 탄핵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해진 상황에서 무안 참사까지 더해지며 주요 인사들이 대외적으로 노출되는 행사 참석을 꺼릴 수 있다.
대한상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 손경식 경총 회장, 류진 한경협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경제단체장,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정계 인사들에게 초청장을 보냈으나, 아직 참석자 명단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