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처 경호 지속되는 한 영장 집행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최 권한대행에 공문 전달
공수처 3일 5시간 30분간 체포영장 집행 시도했지만 경호처와 대치하다 실패
공수처, 박종준 경호처장 체포 불허…물리적 충돌 커질 수 있다는 점 우려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3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도록 명령할 것을 강력히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출입기자단에 "현재 현장 상황을 고려하면 경호처 공무원들의 경호가 지속되는 한 영장 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공수처는 이르면 이날 중으로 최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전자공문으로 요구를 전달할 예정이다.
공수처는 이날 오전 8시쯤부터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진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경호처 등과 대치하다가 5시간 반만인 오후 1시 30분쯤 철수했다.
경호처가 200여명을 동원해 겹겹이 '벽'을 세우고 버스와 승용차로 길목을 가로막는 등 출입을 저지해 관저 200m 앞까지밖에 가지 못했다는 게 공수처 설명이다.
이날 체포영장 집행 인력은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 지원을 나온 경찰 등 100여명이었다.
공수처는 경호처가 법 집행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는 한 단순히 집행 인력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영장을 집행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재집행에 나서기 전 최 권한대행에게 경호처 지휘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현장 수사팀의 의견을 들은 뒤 직접 집행 중지·철수를 결정하고 최 권한대행에게도 공문을 보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 권한대행이 공수처의 요구를 들어줄지는 불투명하다. 공수처는 지난 1일에도 최 권한대행과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에게 '경호처 등이 집행 절차에 협조할 수 있도록 지휘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지만, 최 권한대행은 별도로 회신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이날 경찰 수사관 일부는 박종준 경호처장 등 체포를 저지하는 이들을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공수처가 이를 허락하지 않아 실제로 이뤄지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해 공수처는 "당시 대치 상황, 현장 인원 등을 감안해 종합적인 판단으로 내린 조치"라며 "현장에서의 불상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방침 아래 영장 집행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경호처 쪽 인력이 체포영장 집행 인력의 2배에 이르는 상황에서 박 처장을 체포하면 경호처 직원들이 이를 말리며 물리적 충돌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