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면세점 이달 말 부산점 영업 종료
희망퇴직, 영업면적 축소 등 가용한 카드 모두 소진
임대료 부담 큰 인천공항 철수 문제엔 찬반 갈려
한계에 직면한 면세업계가 사업 축소에 나서고 있다.
과거 인천공항부터 최근 시내면세점까지 철수 사례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매장 이탈 움직임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는 세관과 협의해 부산점 운영 특허권을 반납할 계획이다. 특허권 반납 절차가 당초 예상대로 진행되면 이달 24일 부산점 영업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신세계면세점 부산점은 2026년까지 영업할 수 있도록 특허권을 받았지만 고객 감소가 입점 브랜드 축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결국 매장을 철수하게 됐다.
작년 11월 영업 면적의 25%를 축소했고, 희망퇴직 지원자가 몰리자 연말부터 주 7일 영업일을 주 5일로 단축했다.
앞서 롯데면세점도 2018년 높은 임대료 문제로 인천공항에서 철수한 바 있다.
인천공항은 대한민국의 관문으로 꼽히는 만큼 당시 업계의 충격은 상당했다. 업계 1위 롯데마저 손을 들 정도로 임대료 부담이 컸던 탓이다.
2018년 롯데에 이어 2025년 신세계도 매장 철수를 결정하면서 업계에서는 버틸 만큼 버텼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기업 계열 면세점도 수익성 악화로 사업을 축소할 만큼 상황이 어렵다는 것이다.
문제는 미래도 어둡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엔 하늘길이 막히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탓이 컸지만 작년 인천공항 이용객 수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한 상황이다.
하지만 여행 트렌드 변화로 면세 쇼핑 수요가 줄어들었고, 업계의 큰 손으로 불리던 중국 단체관광객과 보따리상 수요가 급감하면서 현재로서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때문에 매출 감소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상쇄하기 위해 구조조정 등 비용을 줄이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임대료 지출 규모가 큰 인천공항 철수에 대한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업계는 작년 인천공항 입점 면세점들이 한 달에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당장 매출 회복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대규모 적자를 끌어안고 가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희망 퇴직과 영업 면적 축소 등 개별 기업이 할 수 있는 카드는 모두 사용한 만큼 이제는 매장 철수 등 사업 영역을 줄이는 방법 밖에 없다는 의미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대규모 비용을 감당하면서 인천공항에 매장을 운영하는 것은 대한민국 관문이라는 상징성과 명품 등 핵심 브랜드 유치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시내면세점에서 수익을 올려 공항 임대료를 감당해왔지만 현재는 공항과 시내면세점 모두 상황이 좋지 못하다 보니 사업 축소에 대한 내부 고민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면세 사업이 정부의 허가를 받아 하는 사업이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을 내는 구조인 만큼 마구잡이식으로 줄이긴 어려울 것이란 주장도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당장 대안이 없는 상황이지만 철수 계획은 아직 없다”면서 “정부 허가 사업이다 보니 반납 이후 재취득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매장 철수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게 되는 직원들의 처우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장 수가 줄어들면 명품 등 핵심 상품 매입 과정에서 협상력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며 “이는 가격경쟁력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 당분간은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 매고 버티는 전략으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