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경제 미치는 영향 커"
계엄 리스크로 환율 30원 올라
숨 고르기, 인하 효과 지켜볼 예정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기준금리 동결 결정의 배경과 관련해 "경기 상황만 보면 인하가 당연하지만 환율이 필요 이상으로 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 모든 위원이 경기 상황만 보면 지금 금리를 내리는 게 당연한 상황이라고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정치적 요인 때문에 환율이 크게 올랐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계엄 등 정치적인 이유로 환율이 30원 정도 더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는 특히 환율을 중심으로 한 대외 균형이,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라 국내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악화했다"며 "계엄 이후 내수 경기가 예상보다 많이 떨어졌고, 4분기 성장률이 0.2%를 밑돌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계엄 전 1400원에서 이후 1470원으로 오른 것 중에 50원은 세계 공통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라며 "기계적으로 보면 정치적 이유로 인한 상승은 20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연금 환 헤지 물량, 시장 안정화 조치 효과 등을 고려하면 정치가 환율에 미친 영향이 20원보다 큰 30원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물가에 대한 걱정도 크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환율 1470원을 유지되면 올해 물가 수준은 0.15%포인트 올라 2.05%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환율뿐 아니라 국제 유가가 같이 올라가면 물가에 미치는 임팩트가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의 신정부 출범에 대한 불확실성도 금리 동결에 영향을 미쳤다. 그는 "미국의 신정부 정책 기대에 따른 불확실성도 큰 상황이라 환율은 우리 경제 펀더멘털이나 미국과의 경제 격차 등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나 대외 불확실성이 큰 상태에서 상황을 좀 더 보고 확신을 가지며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앞서 두 차례 금리를 내린 효과도 지켜볼 겸 숨 고르기 하면서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이번 결정을 해석했다.
최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지하는 발언을 낸 것과 관련해서는 정치가 아닌 경제적인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금리 인하 사이클은 지속될 것"이라며 "한은이 경기를 전혀 무시하고 동결을 결정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또 "국무총리 탄핵 이후 최 대행이 대행의 대행인데 또 탄핵당하면 국가 신인도가 어떻게 될 것인가"라면서 "경제를 안정을 위해서는 금리를 얼마 낮추는 것보다 이것이 더 근간이라고 봤기 때문에 중요한 메시지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