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울산HD 팬들이 주말에도 문수축구경기장의 빨간색 좌석 설치를 반대하는 집회를 이어갔다.
울산HD 팬들로 구성된 '파란문수 지키기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7~18일 이틀 동안 현대백화점 울산점 앞에서 울산광역시의 문수축구경기장 빨간색 좌석 설치를 반대하는 응원문화제를 진행했다.
지난 13일 결성된 비대위는 팬 카페 등을 통해 집회를 공지해 반대하는 사람들을 모았다. 이틀에 걸쳐 학생, 연인, 가족 등 다양한 연령층이 참석(100여 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울산HD 응원가를 부르면서 팀 색상인 파란색 유지, 문수경기장 빨간색 좌석 설치 반대,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 확보 등을 요구했다.
지난 9일 울산시에 따르면, 울산시설공단은 지난해 6월부터 오는 3월까지 총 20억 원의 사업비를 투여해 문수축구장 3층의 오래된 1만5694석 관람석을 교체한다.
울산시설공단은 기존 적색과 청색, 초록과 노랑 등 4색으로 구성된 3층 관람석의 색상을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서서히 변하는 ‘그라데이션’을 적용하기로 했다. 빨간색을 선택한 것은 경기장에 따뜻한 이미지를 입히기 위해서라는 게 공단 측 설명.
울산HD 팬들은 “40년 동안 이어져 온 팀의 상징인 파란색이 있는데 굳이 빨간색을 입혀야 할 이유가 있나. 팀의 정체성을 훼손한다”며 반발했다. K리그1에서 울산HD와 ‘동해안 더비’를 이루는 라이벌 포항스틸러스의 팀 색깔이 빨간색이라고 지적했다. 울산HD 팬들은 “동해안 더비 때는 빨간색 양말조차 신지 않는다”며 빨간색으로의 그라데이션에 반대했다.
일부 팬들은 “김두겸 울산광역시장이 정치색을 입히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색상은 빨간색, 야당 더불어민주당 색상은 푸른색이다. ‘푸른색 좌석을 빨간색으로 교체하는 것이 정치적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끊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울산 구단도 팀의 상징색이 푸른색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붉은색이 포함되면 팬들의 반대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전한 바 있지만 울산시설공단은 ‘그라데이션’ 효과를 말하고 있다.
입장에 변화가 없는 것에 대해 울산 HD의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지난 13일 울산시청으로 근조 화환을 보내는 방식으로도 항의했다. 근조에는 ‘정치색은 빨강, 울산HD 색은 파랑’ ‘울산 HD는 단 한 번도 붉은 적이 없었다’ 등의 문구가 담겼다.
때 아닌 축구장 색깔론은 정치적 이슈로 비화됐다.
최근 울산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손근호·손명희 의원은 “김두겸 시장 취임 이후 울산시 행사장이나 홍보물 등에 빨간색이 주로 사용되고 있어 ‘문수경기장에 정치색을 입히려 한다’는 의혹은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울산시는 지금 당장 울산HD 홈팬들이 반대하는 색상의 관람석 교체를 멈춰달라”며 “문수축구경기장에 담아야 할 것은 김 시장의 마음이 아니라 울산HD를 사랑하는 시민의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울산시는 “역동성을 고려한 색 조합이다. 국제규격축구장 관람석 전부를 청색으로 교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프로축구 관계자는 “시에서도 분명 생각하는 바가 있으니 (그라데이션 작업 등을)추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적으로 오해를 받으면서까지 추진해야 할 만큼 중요한 문제라면 민감할 수밖에 없는 팬들과 깊이 소통하고 설득하면서 좁혀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문수축구장은 결국 팬들과 시민들의 소유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울산HD 팀은 울산의 자랑 중 하나 아니냐. 자칫 구단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좀 더 감각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