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10일 취임
‘보편관세’ 시행 여부에 세계 경제 관심
대미 수출 비중 높은 한국, 충격 불가피
관세 10%면 경제성장률 0.2%p 줄 수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보편관세’ 시행에 세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미(對美) 수출 비중이 큰 한국은 관세인상 여부가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미칠 정도인 만큼, 향후 미국 관세 정책 변화를 지켜보며 민감하게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각) 취임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즉시 경제, 통상, 이민, 에너지, 대외정책 등에 대한 100여 개의 무더기 행정명령을 바탕으로 본격 행보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통상정책 핵심은 관세인상을 통한 보호무역주의다. 수입 장벽을 높여 자국 산업을 육성하고, 늘어난 관세를 바탕으로 법인세를 인하해 경제 활력을 제고한다는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모든 외국산 수입품에 10~20%의 관세(보편관세, univeral tariff)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미국 수입품 평균 관세율이 2.4%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비교 시 5~10배까지 높이겠다는 뜻이 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16일 ‘트럼프 2기 관세 정책의 리스크 점검 및 대응’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관세 정책은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국산 미국 수출품에 부과되는 관세가 인상됨에 따라 우리나라 대미 수출이 축소될 것”이라며 “멕시코와 캐나다 등 한국기업이 다수 진출한 지역에 고관세가 부과되면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중간재 수요감소에 따른 한국산 중간재 수출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구체적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산 미국 수출품에 10%의 관세를, 중국에는 60% 관세를 부과하는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152억 달러(약 22조 2000억원)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이 대미 보복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총수출액은 240억 달러(약 30조원)까지 감소한다.
기업 예측도 비슷하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2025년도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조사(EBSI)’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의 수출 경기 전망은 부정적이다.
트럼프 보편관세가 현실화하면 한국의 대미 수출은 최대 14%까지 줄어든다는 분석도 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26일 ‘트럼프 보편관세의 효과 분석’이란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보편관세를 부과할 경우 대미 수출은 최소 9.3%에서 최대 13.1%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관세율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대미 수출 감소에 따른 명목 부가가치는 7조9000억원에서 10조6000억원까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률로는 0.1~0.2%p를 좌우하는 액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수 부진 속에 그동안 경제를 지탱했던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의 성장 견인력 위축과 함께 자동차 부품 등 트럼프 2기 행정부 제재 관련 산업 수출 부진으로 전반적인 경기 활력 저하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경기가 사이클상 하강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중국 제재 강화 등으로 반도체 수출이 크게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경제 연구기관들은 올해 한국경제성장률을 1%대 후반에서 2%대 초반으로 예측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IB 예측도 지난해 11월 말 1.8%에서 한 달 만에 1.7%로 0.1% 낮췄다.
비교적 성장률을 높게 전망하는 국회예산정책처(2.2%)와 산업연구원(2.1%), 한국개발연구원(KDI, 2.0%) 등도 2%대 초반에 그친다.
민간 연구기관 전망치는 더 낮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7%를 예측했고, 국가미래연구원은 1.67%로 전망했다. 경제전문가 상당수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2%를 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상황에 보편관세 영향으로 경제성장률이 0.2%p 내려가면 최악의 경우 1.4%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보편관세가 부과되고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혜택이 유지되는 상황이 될 경우, 미국 내 기업에 이중의 보호장치를 부여하는 결과가 된다. 이 경우, 기(旣) 구축된 미국 내 투자 시설 가동률을 최대한 높이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또한 “일정 수준의 보편관세가 국가별로 차등 부과되면서 어떠한 형태로든 IRA상 보조금이 폐지 또는 대폭 축소될 경우, 기업은 관세율이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거점별 생산량을 탄력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외투 정책 전반에 걸쳐 획기적 지원 방안을 강구·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