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보조금 의존도 높은 배터리 3사, 지난해 4분기 적자 전망
IRA 전면 폐지 가능성은 낮아도 각종 보조금 요건 변경 가능성
정부와 기업, 업계 위기 극복 위해 '배터리 비상대책 TF' 구성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정부가 한국 시간으로 21일 새벽 출범하면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연계된 전기차 보조금 정책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시장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배터리 업계가 큰 변화를 맞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정부와 업계는 비상대책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시장은 한국 배터리 업계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해외 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해 첨단 제조 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북미에서 생산·판매하는 기업에 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제공하고 있는데 IRA 배터리 요건이 상대적으로 우리 기업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IRA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온 만큼 국내 배터리 업계에도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AMPC 존속 여부는 높게 점쳐지고 있으나 전기차 보조금이 축소되거나 폐지될 경우 미국 내 전기차 시장이 축소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권 인수팀은 IRA와 연동되는 최대 7500달러 규모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 인해 올 초 시작된 캐즘이 장기화되면서 이미 실적 부진을 겪는 국내 배터리 업계의 타격도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4년 만에 225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삼성SDI와 SK온도 적자전환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트럼프가 재집권해도 IRA 전면 폐지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IRA의 최대 수혜 분야라고 할 수 있는 배터리·전기차의 경우 전체 투자에서 공화당 강세 주와 경합 주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해당 산업은 최대 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반도체보다 고용 유발도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젊은 공화당원들이 기존 당원들과 달리 환경보호에 보다 관심이 많으며 IRA에 반대했던 미국 석유 기업들조차 입장을 선회해 트럼프 캠프에 IRA 유지를 요청한 점도 해당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이런 업계 리스크를 대응하고 극복하기 위해 최근 산업부와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배터리·배터리 소재 기업들은 최근 ‘배터리 비상대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에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기업과 에코프로, LG화학,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 배터리 소재 기업이 참여한다.
최근 회의에서는 산업 경쟁력 제고 전략과 리튬, 니켈 등 광물 자원의 수급 동향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친환경차, 배터리 경쟁력 강화 방안 등 정부의 지원책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은 최근 ‘트럼프 2.0 배터리 정책 대응 세미나’에서 “트럼프 2기 출범을 계기로 우리 기업의 현지 배터리 제조공장이 미국의 과도한 중국 배터리 공급망 의존을 완화하는 한편, 국방안보 및 우주항공, AI, 로봇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한미 배터리 협력이 더욱 강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2기 출범을 계기로 새로운 한미 배터리 협력 사업을 전개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투자확대와 기술 초격차 확보 등협상 카드가 많아야 한다”며 “국회와 정부 차원의예산, 세제, 금융 지원과 입법 지원에 보다 많은 도움과 지원을 당부드린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