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트럼프 첫 회담 앞두고
대미 투자 상황 설명 준비도
우린 정상 아닌 안보실장급 통화 먼저
조태열, 방미 일정도 불투명해져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일본·중국·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추진 중인 가운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아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조차 갖지 못하면서 우리나라의 외교적 입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핵 문제를 비롯해 트럼프발 관세 등 경제·외교·안보 현안이 산적한 만큼 트럼프 행정부와의 소통채널을 적극 가동해야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6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회담을 대비해 방대한 예상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을 암기하고, 일본의 대미 투자 상황을 설명하는 도표까지 준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날 이시바 총리가 미일 정상회담을 위해 출국했다고 보도하며 이번에 미일 정부가 정상회담 이후 발표를 조율 중인 공동성명의 3대 핵심 주제는 경제·안보·중국 대응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에서는 "미일 관계의 황금시대를 구축한다"를 명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동맹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린다는 자세도 강조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 일정도 조율 중이다. 미국 백악관은 가까운 시일 내에 통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으나, 미중간 '관세 전쟁'으로 당장의 통화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통화는 적절한 때에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우리 정부에서는 정상 간 통화보다 양국 안보실장급의 통화가 먼저 이뤄졌다.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5일 마이클 왈츠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를 한 것이다. 왈츠 보좌관의 취임 후 첫 통화로, 트럼프 정부 출범 16일 만에 이뤄졌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신 실장과 왈츠 보좌관은 이번 통화에서 한·미 관계, 북한 문제, 한·미·일 협력을 포함한 지역·글로벌 차원 공조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최 권한대행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하겠단 의견은 계속 피력했으나 현재까지 진전된 바는 없다. 이를 두고 대미외교 리스크가 현실화됐단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열흘 만에 통화를 한 전례를 고려하면, 이번 한·미 정상 간 소통 부재가 늦은 감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부가 적극 추진했던 조태열 장관의 내주 방미 일정조차도 어그러졌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외교당국은 오는 14∼16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례 국제안보포럼 뮌헨안보회의 계기에 외교장관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중남미 순방에 이어지는 미·일 정상회담과 미·인도 정상회담 등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빡빡한 일정으로 인해 차질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조 장관이 독일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MSC)에서 루비오 장관을 첫 대면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밀도 있는 협의가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통상 다자회의 계기에 열리는 양자회담의 경우 30분 내외로 짧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경제·외교·안보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한·미 정상 간 소통 부재는 한국에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 관세 정책 등에서 우리의 입장이 반영되려면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가 필수적이지만, 현재와 같은 소통 단절이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의 외교적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직접적 소통 채널을 즉각 가동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며, 한·미 관계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외교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