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조치원 문화정원·1927 아트센터 등 우수건축자산 등록
옛것 그대로 보존하며 현대적으로 재해석
국토부, 올해 ‘제3차 건축자산 진흥 기본계획’ 수립
“이집트 하면 피라미드가 떠오르고, 파리를 가면 에펠탑을 보고 싶잖아요. 한국은 아파트, 상가 등이 밀집한 삭막한 도시에서 벗어나 정서를 환기할 만한 공간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도 보고 싶은 건축문화자산들을 더 많이 발굴하고자 합니다.”
지난 6일 세종시 조치원 문화정원에서 만난 국토교통부 관계자의 말이다. 조치원 문화정원은 국토부와 세종시가 이날 세종시 우수건축자산 제1호로 등록한 곳이다.
건축자산은 현재와 미래에 유효한 사회·경제·경관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고유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지니거나 국가의 건축문화 진흥 및 지역 정체성 형성에 기여하는 건축물 등을 의미한다.
50년 이상 된 문화재 등 국가유산은 포함되지 않으며, 건축물, 공간환경, 기반시설 등이 포함된다.
조치원 문화정원은 1935년부터 정수장으로 이용되다 2013년 폐쇄돼 방치돼 있던 옛 정수장을 맞닿은 근린공원과 통합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오송역에서 차량으로 10여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단순히 주택가 인근의 정원, 근린공원 느낌이 아니라 일명 ‘성수동 핫플’을 연상케 했다.
이곳은 운영 중인 이주영 두잉지프로젝트 대표는 “외형을 보존한 정수장으로 자연경관이 함께 어우러져 많은 시민들이 찾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되는 ‘뜰’ 건물 유리 벽면엔 이색적인 전시·체험 포스터가 빼곡하고, 창작공간 ‘원’에는 대관한 청년들의 독서 모임이 한창이었다.
조치원에서 처음 상수도를 공급했던 폐정수장 건물은 ‘기억공간: 터’로 탈바꿈해 SNS ‘분위기 좋은 카페’에 등장할 법한 감성카페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지하 높이 4m 규모의 지하 정수시설(전시공간: 샘)은 작품 전시와 음악공연 등을 위한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장기간 방치된 흉물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
전시·문화·체험 등 주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도시재생 및 지역 활력 제고 역할 톡톡히
벽면 곳곳에 그대로 남아있는 물때는 정수시설로 이용되던 당시를 떠올리게 했다. 제 역할을 다 한 배수관은 조치원 문화정원을 찾는 길고양이들의 이동통로로 자리매김했다.
기존의 것을 되도록 보존하면서 일부 리모델링을 거쳐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만나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된 것이 이색적이었다.
우수건축자산은 건축물 등의 소유주가 지자체에 신청해 지자체 평가를 받아 등록된다. 우수건축물은 건폐율, 용적률, 주차장 면적 등 규제 완화를 적용받는다.
조치원 문화정원과 함께 세종시 제2호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된 ‘조치원 1927 아트센터’도 비슷한 맥락에서 개발이 이뤄졌다.
이곳은 과거 일제강점기 시절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내던 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6·25 전쟁 당시 임시 학교로 사용되기도 하고, 이후 2003년까지 한림제지 공장으로 활용됐다.
그러다 2000년 중반 공장 운영이 중단되고 2017년 세종시가 개발을 위해 부지를 매입하기 전까지 20년 가까이 동네의 흉물로 방치돼 있던 공간이다.
1927 아트센터는 근현대 공장의 전형적인 ‘목조트러스 구조’ 등 옛 공장의 시설과 구조물을 유지하며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이라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지역 주민들이 지나기도 꺼리던 이곳에선 영화가 상영되기도 하고, 공연이 펼쳐지며, 주민들의 산책로가 되고 있었다.
국토부는 앞으로 이 같은 우수건축자산을 적극 발굴한단 방침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지정된 건축자산은 6624곳이며, 이 중 우수건축자산은 조치원 문화정원 등을 포함해 총 27곳이다.
올해 국토부는 ‘제3차 건축자산 진흥 기본계획(2026~2030년)’을 수립한다. 이달 중 기본계획 용역을 발주해 연내 수립 완료한단 계획이다.
이번에 수립하는 기본계획에는 우수한 건축자산이 지역의 도시건축·문화·관광거점이 될 수 있도록 실효적 제도 개선방안 등을 담을 예정이다.
장우철 국토부 건축정책관은 “그냥 방치됐다면 흉물이 되고 우범지대가 됐겠지만, 잘 보존하고 활용하는 방안을 찾으면 지역 정체성과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건축자산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건축자산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할 시점이 됐다”며 “쇠퇴하는 도시를 재생하고 지역 활력을 불어넣는 의미 있는 건축문화자산을 창출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 마련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