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5주 만에 보합→상승 전환
강남·용산 등 신축·재건축 단지 상승 견인
吳, 토허제 적극 해제 검토…신고가 경신 사례 잇따라
“금융·정치 불확실성 여전, 규제 해제 따른 반짝 기대감”
대출 규제와 시장 불확실성 증가 등으로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한동안 주춤하던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반등했다.
앞서 지난달 오세훈 서울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규제 완화 기대감이 선반영되면서 일부 상급지로 분류되는 지역의 집값이 들썩이고 있어 규제 완화가 전면적으로 이뤄지긴 힘들어 보인다.
1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월 3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2주 전 대비 0.02%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마지막주 보합으로 돌아선 뒤 5주 만에 상승 전환했다.
자치구별로 보면 송파는 0.13% 오르며 서울 평균 상승률을 훨씬 웃돌았고, 서초(0.06%), 강남(0.03%)도 각각 상승하며 강남 3구 모두 상승했다.
한강변을 끼고 있는 지역들도 상승세를 유지했다. 마포와 용산은 각각 0.05% 올랐으며, 양천과 광진도 0.04%씩 상승했다. 특히 수요자 선호도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설 명절 이후 이렇다 할 집값 반등 요인이 없고, 정치적 불확실성마저 가중되면서 서울 집값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으나, 예상을 비껴간 셈이다.
서울 아파트값이 보합세를 멈추고 상승 전환한 데는 오세훈 시장의 규제 완화 발언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지난달 ‘규제 풀어 민생 살리기 대토론회’에서 “특단의 조치로 행하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허제로 묶인 지역에선 일정 규모 이상 주택 등을 거래할 때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2년간 실거주 의무가 적용돼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현재 규제로 묶인 지역들은 ‘압여목성’(압구정·여의도·목동·성동구),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 등 대부분 신축 및 재건축 단지들이 밀집한 지역이다. 압여목성은 오는 4월, 잠삼대청은 6월께 토허제 지정 만료를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제 규제가 해제되면 한동안 집값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미 기대감을 반영한 일부 단지에선 신고가 거래도 일어나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114㎡는 지난달 11일 종전 거래 대비 8억1000만원 오른 38억80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2단지 전용 129㎡는 지난달 20일 종전 최고가 대비 3억9500만원 상승한 27억9500만원에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압구정 현대 13차 전용 105㎡ 역시 지난달 역대 최고가인 50억원에 매매된 사례가 나왔으며, 잠실주공 5단지 전용 76㎡는 34억7500만원 신고가에 거래됐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장기적인 추세가 되려면 금리나 정책적인 부분들이 움직여줘야 하는데 토허제 해제나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은 일시적인 이슈 정도가 될 것”이라며 “집값이 반짝 반등할 수는 있으나 더 지나면 약보합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 시장은 장기간 방치된 사업을 원활하게 해주겠다는 취지로 토허제를 풀겠다고 한 것으로 보이는데, 규제를 풀더라도 다른 지역까지 그 영향이 확산할 만큼 가격 상승의 요인이 있지 않다”며 “규제를 전체적으로 다 풀기보다 풀어도 무방한 지역들을 중심으로 해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규제로) 묶여있던 걸 풀면 가격은 움직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면서도 “다만 가격이 얼마나 오랫동안 시장에 영향을 줄 정도로 오르냐를 보면 초기에는 틀림없이 움직이지만 장기적으로 계속 가격을 올리는 역할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금융시장 사정이나 국제 경제나 국내 정치 불안 등을 보면 규제를 풀기에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그동안 규제로 묶인 곳들은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많았고, 토허제가 제 역할을 다 했다고 보기 때문에 우선 풀고 시장 추이를 보면서 다시 규제를 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