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 3월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베르테르' 3월16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오랜 기간 사랑받은 ‘장수’ 작품들이 다시 한 번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각각 30주년, 25주년을 맞은 ‘명성황후’와 ‘베르테르’ 모두 국내 창작 뮤지컬의 대표작처럼 여겨지는 작품들이다.
‘베르테르’는 3월16일까지 서울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고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원작으로 한 ‘베르테르’는 2000년 초연됐다. 청년 베르테르가 다른 남자와 결혼을 약속한 롯데에 한눈에 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이번 시즌에선 엄기준·양요섭·김민석이 베르테르를, 전미도·이지혜·류인아가 롯데를 각각 나눠 연기한다.
‘베르테르’는 초연부터 비극적 사랑 이야기와 아름다운 클래식 멜로디로 사랑을 받았고, 국내 뮤지컬 최초로 작품 동호회 ‘베사모’(베르테르를 사랑하는 모임)라는 팬클럽까지 만들어졌을 정도로 인기를 끈 작품이다.
이문열의 희곡 ‘여우사냥’을 원작으로, 구한말 일본의 침략과 위태로워진 나라의 명운을 둘러싼 조선 왕실의 이야기를 담은 ‘명성황후’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3월30일까지 30주년 공연을 한다. 1995년 초연한 이 작품은 한국 뮤지컬 사상 최초로 1997년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했고, 이후 LA, 런던, 토론토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공연을 성황리에 이어가며 해외 누적 관객 18만여명을 기록하는 등 세계적으로도 주목받았다.
올해 30주년을 맞아 배우 김소현, 신영숙, 차지연이 명성황후를 맡았고 강필석, 손준호, 김주택이 고종을 연기한다. 명성황후를 지킨 호위무사 홍계훈은 양준모, 박민성, 백형훈이 맡았다. 이번 시즌 공연을 통해 지난 3일 기준, 219만7444명의 관객을 모으며 창작 뮤지컬 역사상 최초로 국내 누적 관객 200만명 돌파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기도 했다.
‘베르테르’와 ‘명성황후’가 오랜 기간 공연되면서도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정체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작품 모두 초연 이후 시즌을 거듭하면서 많은 변모를 거쳤다. ‘명성황후’의 윤홍선 프로듀서는 “‘명성황후’는 30년을 거치며 한 번도 같은 구성, 같은 무대로 공연에 임했던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원군과 명성황후의 갈등 구조를 강화하기 위해 드라마 구성 일부를 수정하고 넘버 ‘운명의 무게를 견디리라’를 추가하는 등의 변화를 거쳐왔다. 이 넘버는 명성황후와 고종, 홍계훈의 삼중창으로 조선의 위태로운 운명을 노래한다. 무대 장치의 완성도도 높였다. 1997년 뉴욕 공연을 기본으로 작화의 강렬함을 더했고 영상을 활용해 몰입도를 높이려 했다.
‘베르테르’도 마찬가지다. 초연 당시 정적이었던 작품은 동적으로 바뀌고 5인조 실내악단은 규모가 커지는 등 현대적 감각에 맞춰 연출과 극본을 수정했다. 이번 25주년 공연에서도 베르테르의 방백이 내면의 소리임을 더 드러내고 시민들의 능동적 행동을 강조하는 등 세부적인 변화를 줬다.
한 뮤지컬 관계자는 “시즌을 거듭하며 성장하고, 변화하는 것이 한국 뮤지컬의 특성”이라며 “다만 완성형에 가까워지면 정체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장수 뮤지컬들의 특성을 살펴보면 오리지널리티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새로움까지 입혀 더 많은 세대를 끌어들일 수 있도록 하는 힘이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