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영업익 63.8% 감소…생명과학 부문 110% 성장
아베오 인수 후 미국 진출 ‘속도’
견고한 데이터에 기반한 신약 개발
지난해 LG화학 실적 한파 속에서도 ‘생명과학’ 부문이 유일하게 두각을 드러냈다.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여타 대기업들과 달리 LG화학은 신약 개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49조9161억원, 영업이익 916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1.5%, 영업이익은 63.8% 줄었다. 특히 지난 4분기에는 영업손실 2520억원을 기록하며, 2019년 이후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나타냈다.
사업 부문별로 석유화학, 첨단소재, 에너지솔루션, 팜한농 등이 모두 수익성 악화를 겪었지만, 생명과학은 유일하게 전년 대비 실적이 개선됐다. 생명과학 부문의 연간 영업이익은 2023년 290억원에서 2024년 1100억원으로 약 230% 급증했다. LG화학은 올해 생명과학 부문에서 1조4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LG화학 생명과학 부문 경쟁력은 신약 개발에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2022년 바이오 산업에 출사표를 던진 롯데바이오로직스가 CDMO 사업 확장에 집중하는 반면 LG화학 생명과학 부문은 신약 개발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LG화학 생명과학 부문 연간 R&D 비용은 4000억원으로, 부문 매출의 36%에 해당한다. 이는 국내 제약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R&D 투자 비중이다.
LG화학 생명과학이 보유하고 있는 신약 파이프라인은 약 40여개에 달한다. 통풍 치료제 ‘티굴릭소스타드’와 희귀 비만증 치료제 ‘LB54640’, 두경부암 치료제 ‘파이클라투주맙’ 등 전통 제약사와 견줄 수 있을 만큼의 견고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있다.
LG화학은 ‘미국’과 ‘항암제’ 개발이라는 거대 문턱을 넘어서기 위한 전략으로는 인수 합병을 활용했다. 지난 2022년 LG화학은 8000억원에 글로벌 항암 신약 개발 기업인 ‘아베오 파마슈티컬스’를 인수하며 본격적인 항암제 시장 공략에 나섰다.
당시 아베오는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신장암 치료체 ‘포티브다’를 보유하고 있었다. LG화학이 아베오를 인수하며 미국 내 포티브다 판권도 LG화학으로 이관됐다. 국내 기업 가운데 FDA 판매 신약을 가지고 있는 기업을 인수한 것은 LG화학이 최초다. LG화학은 아베오의 미국 시장 경험을 활용해 보다 원활하게 자사 개발 신약 상업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의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 확장은 CDMO 영역을 넓히고 있는 삼성, 롯데, SK와 대조된다. CDMO 사업은 신약 개발에 비해 위험 부담이 낮고 수익성이 높아 제약·바이오 영역의 신규 진입하는 대기업들이 선호한다.
반면 LG화학의 경우 신약 개발에 필요한 풍부한 데이터베이스를 갖추고 있어 신약 시장에 뛰어드는 게 유리하다. LG화학은 1994년 합성 신약 연구를 시작한 이래 R&D 과정에서 합성된 수많은 물질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LG화학은 이를 활용해 신약 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아베오 인수 이후 (아베오의) 기존 판매망을 활용해 미국 내 항암제를 비롯한 신약 영역을 확대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대기업들이 기존 자본을 활용해 CDMO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것과 달리 LG화학은 혁신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