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 전 모델에 中 딥시크 탑재 발표
'고급기술' 아닌 '저가 자율주행' 시대 포문 열어
테슬라, 웨이모 등 자율주행 업계 '위협'
글로벌 AI(인공지능)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중국의 생성형 AI '딥시크'를 기반으로한 자율주행 기술이 저가 전기차에 탑재된다. 단순 인공지능 비서 역할을 넘어 가볍고 저렴한 특성을 통해 자율주행 전반에 관여할 예정인 만큼 테슬라, 구글, 현대차그룹 등 글로벌 자율주행 업계에도 후폭풍을 일으킬 전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BYD는 거대언어모델(LLM) '딥시크 R1' 기반의 자사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신의 눈(God’s Eye)’을 고가 모델 뿐 아니라 저가모델까지 전 모델에 탑재할 예정이다. 또 테슬라 등 경쟁 업체와 달리 BYD의 경우 고도화된 자율 주행 시스템이 탑재되더라도 가격을 그대로 유지한다.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10여곳도 최근 딥시크의 AI 기능을 탑재한 자동차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지리자동차, 장성자동차, 체리자동차, 둥펑자동차, 립모터, 광저우자동차(GAC), 상하이자동차(SAIC) 등이다.
중국 업체들의 딥시크를 활용한 자율주행이 주목되는 건 그간 자율주행 영역이 '기술 값이 반영된 고급 기술'로 치부돼왔기 때문이다. 자체 기술 내재화를 위해 투자되는 비용이 크고, 안전 문제로 상용화가 쉽지 않은 만큼 사실상 미지의 영역이자 고급 기술의 영역이었던 셈이다.
이 때문에 현재 자율주행 분야에서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 테슬라의 경우 자체 자율주행 시스템인 FSD(Full Self Driving) 옵션을 약 1000만원에 별도로 판매하고 있다. 차 가격에 1000만원을 추가로 지불해야 자율주행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는 구조이며, 테슬라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는 필수 옵션으로 여겨진다.
1000만원에 달하는 테슬라의 기술 비용으로 BYD의 자율주행 저가 모델 한대를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자율주행 시장에서 BYD의 참전은 사실상 '저가 자율주행' 시장의 포문을 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왕촨푸 BYD 회장은 "자율주행은 짧으면 2년 안에 안전벨트와 에어백처럼 필수 도구가 될 것"이라며 "자율주행이 모든 사람을 위한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저가 자율주행 기술 구현이 가능한 것은 딥시크가 저사양칩으로 개발돼 가격은 저렴하면서도 높은 효율성을 갖고 있다는 특수성이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모델의 성능을 구현하면서도 더 가벼운 기기에서, 더 빠른속도로 AI 구현이 가능한 것이다.
차량에 탑재될 경우 단순히 AI 인공지능 비서 역할을 넘어 실시간 교통상황, 주행시간 예측 등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운전자 데이터를 학습해 주행성능을 향상시키고 도로 데이터를 통해 장애물 인식, 충돌 회피 등 기능도 기대할 수 있다. 딥시크는 현재 레벨 3~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지원한다고 설명한다.
익명을 요구한 자율주행 업계 전문가는 "딥시크의 가장큰 장점은 가볍고 효율성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한정된 공간을 가진 차량에서, 무엇보다 가벼운 기기에서도 잘 돌아가야한다는 게 중요하다"며 "BYD가 어느 선까지 딥시크를 활용할지는 알 수 없지만, 테슬라의 FSD 수준을 노린다면 가격 경쟁력으로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자율주행 시스템 내재화를 위해 거금의 투자를 이어오던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도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BYD가 딥시크를 활용해 1000만원대 모델에서도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한다면 테슬라가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BYD가 한국 승용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만큼, 저가 자율주행은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도 일조할 예정이다. 딥시크가 탑재된 모델이 한국에서 판매될 지는 아직까지 결정되지 않았지만, 국내 시장에 진출한다면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중저가 경쟁 모델들에 타격을 입힐 강력한 무기를 갖추게 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딥시크를 활용해 전 모델에 탑재할 수 있는 기술력이 한정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나온다. 아무리 딥시크의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ADAS를 넘어 스스로 학습하는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저가 모델에까지 탑재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다는 평가다.
업계 전문가는 "딥시크를 탑재한다 하더라도 고가모델과 저가모델에 적용되는 기능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며 "고가모델에선 ADAS를 포함해 테슬라의 FSD 수준의 기술을 제공한다면, 저가 모델에선 인공지능 비서 수준의 기능만 제공할 수 있다. 전세계에서 자율주행 기술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는데, 딥시크만으로 해결될리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