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15배 면적 비수도권 GB 풀어 첨단 산단 조성
17년 만에 대규모 해제…경제적 효과·대체지 확보 관건
정부가 지방 경기 활성화를 위해 악성 미분양 3000가구를 직접 사들인데 이어 비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GB)를 대규모 해제한다.
그린벨트 해제가 불가능한 환경평가 1·2등급지도 대체지 지정을 조건으로 개발이 가능하도록 해 전략산업을 육성하고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구상이지만 실현 가능성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달린다.
국토교통부는 25일 수도권 외 지역에서 대규모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산업-물류단지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이날 국무회의 심의를 통해 그린벨트 해제 총량 제한에서 자유로운 비수도권 국가-지역전략사업 15곳을 선정했다.
이번에 풀리는 그린벨트 면적은 42㎢로 여의도 면적(2.9㎢)의 14.5배 수준으로 비수도권 그린벨트의 1.7%를 차지한다. 그린벨트가 대대적으로 풀리는 것은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사업 선정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울산에서 진행한 13번째 민생 토론회에서 발표했던 ‘그린벨트 규제 혁신 방안’의 후속 조치다. 당시 윤 대통령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비수도권 그린벨트를 폭넓게 해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4월 그린벨트 해제 총량 적용을 받지 않으면서 원칙적으로 그린벨트 해제가 불가능했던 환경평가 1·2등급지도 대체지 지정을 조건으로 해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비수도권 국가·지역 전략사업을 도입했다.
국토부는 총 6개 권역에서 33곳 사업 수요를 제출받았고 제출 사업에 대한 전문기관 평가 등을 거쳐 최종 15곳을 선정했다.
사업계획이 구체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고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큰 사업을 중심으로 추려졌으며, 환경평가 1·2등급지도 포함됐다. 해당 사업지는 전체의 35% 수준인 14.6㎢ 규모다. 1·2등급지는 해제 후 개별 지자체가 조건을 충족하는 대체지를 확보해야 한다.
15곳은 구체적으로 ▲부산권(동북아물류플랫폼 부분선정, 제2에코델타시티, 첨단사이언스파크) ▲대구권(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 ▲광주권(미래차 국가산, 나노 제2일반산단, 담양 제2일반산단) ▲대전권(나노반도체 국가산단) ▲울산권(수소융-복합밸리 산단, U·밸리 일반산단, 성안·약사 일반산단) ▲창원권(진해신항 항만배후단지, 도심생활 복합단지, 진영 일반산단) 등이다.
이중 10곳은 산업물류단지로 산업 수요가 충분해 실현 가능성이 높고 자동차·반도체·수소·이차전지 등 국가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기반이 되면서 광범위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나머지 5곳은 환경평가 1·2등급지 비율이 높거나 지자체 그린벨트 해제 총량이 부족해 자체 추진하기 어려웠던 지역이었다. 각각 부산 해운대 첨단사이언스파크, 부산 강서 제2에코델타시티, 대구 달성 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 경남 창원 의창 도심융합기술단지, 경남 창원 마산회원 도심생활 복합단지 등이다.
특히 부산, 울산, 창원 등은 환경평가 1·2등급지가 50%가 넘어 제한구역 해제의 효과를 크게 볼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는 사업이 본격 추진될 경우 약 27조8000억원이 투입돼 약 124조500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약 38만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는 관계기관 협의와 예비타당성 조사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그린벨트 해제에 돌입한다. 가장 빠른 곳은 울산 U밸리 산업단지로 예상된다.
다만 비수도권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사업성 효과, 대체지 확보 실효성은 풀어야 할 숙제다. 충분한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으면 오히려 투기 수요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그린벨트 해제의 효과를 기대하면서도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원장은 “활력을 잃고 있는 지방 경제를 살리기 위해 GB를 풀어 개발을 추진한다는 것은 잘했다고 본다”면서도 “입지나 교통 등 인프라에 따라 개발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사람도 살지 않고 인프라도 없는 곳에 들어가려는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며 “그린벨트 해제와 함께 교통이나 생활 인프라가 갖춰져야 개발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주현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개발 압력이 큰 곳은 서울·수도권인만큼 지역 발전을 위한 거점을 삼고자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라며 “개발 효율성을 높이고 난개발이 이뤄지지 않도록 신중하게 개발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는 “각 지역마다 산업 수요나 경쟁력을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그린벨트를 풀어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며 “막상 개발을 했는데 분양이 제대로 안되면 지역 주민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염려했다.
한편 국토부는 부동산 투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15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이상 거래 등을 지자체와 함께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이번 선정에 따른 그린벨트 해제의 경제적 효과, 지자체의 전략사업 추가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2차 선정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