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자유민주주의 수호" 주창하면서
尹 탄핵 기각 압박 등 헌법재판소 흔들기
삼일절 집회선 "때려부수자" 폭력성 발언도
탄핵심판 후폭풍 일어난다면 책임질 건가
2021년 6월 2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고 다짐했다. 문재인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이 '권력 사유화'를 위해 헌법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내려 한다며 "이는 진짜 민주주의가 아니고 독재요 전제"라고 했다.
자유민주주의는 공정한 선거, 사유재산의 권리, 삼권분립, 문민통제, 시민자유를 포함한 민권 보호와 법 앞의 평등을 기반으로 한다.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은 당헌에서 "조국 근대화 정신과 자유민주주의를 공고히 한 현대상의 민주화 운동 정신을 이어간다"고 명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해지면서, 국민의힘에서 이 '자유민주주의'가 더욱 자주 언급되고 있다. 입법 폭주를 자행하고 걸핏하면 탄핵을 추진하는 등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세력'은 민주당 이재명 세력,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세력'은 자신들이라고 주장한다. 윤 대통령 탄핵 기각이 곧 자유민주주의 수호라고도 외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다.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근간을 흔들고 있는 것도 국민의힘이다. 사법부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로, 그 어떤 경우에도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
국민의힘의 다수 의원은 지지층과 함께 헌재 탄핵심판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며 '탄핵 기각'을 압박하는 건 물론,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 3인의 과거 SNS글, 가족 사회활동 등을 거론하며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헌재 항의 방문도 수 차례 했다. 당 지도부는 '반(反)탄 집회'에 참석만 하지 않을 뿐,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며 심판 및 내란 수사의 정당성을 공격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심지어 3·1절에 보수 단체 주최 집회에서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헌재를 때려부수자"고 공개 발언했다. 집회에서 의원들이 행사 성향상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는 건 그리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주창하는 정당에서, 그것도 여당에서 최고 사법기관에 대해 "때려부수자"고 한 적은 없었다.
물론 헌재가 빌미를 제공한 측면은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다른 공직자들의 탄핵심판의 결론은 내놓지 않으면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권한쟁의심판 결정은 서둘렀다. 윤 대통령의 방어권 제약 문제도 제기된 바 있다.
'헌재 흔들기' 비판이 거세지자,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이미 헌재가 너무 흔들려 바로 세우느라고 우리가 지적하는 것"이라고 정당성을 부여했다. 그러면서 "탄핵심판 판결이 갈등의 종결이 아니라 더 큰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할 수밖에 없는 심각한 상황"이라고도 말했다.
더욱이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1일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건 헌재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등 야5당의 탄핵 촉구 집회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다수당의 힘을 이용해 위세를 가하는 모습은 결코 국민에게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내로남불이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국민의힘이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것도 헌재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태다. 헌재마저 신뢰를 상실하면 국가·사법 혼란이 극심해질 게 뻔하다. 제2의 서부지법 폭동 사태가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여당이 앞장서서 국가의 시스템을 흔들다가 그 후폭풍의 책임을 질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