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곳 중 9곳 공실…C커머스 위기감도
서울시, 브랜드 육성 본사업 추진 중
무신사 스튜디오 동대문점 개점 예정
한창 인기를 얻었던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콘텐츠 '05학번이즈백'은 2000년대 초반을 주름잡았던 'X세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콘텐츠에는 트렌드에 누구보다 민감한 세 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우리는 이들을 통해 당시의 트렌드를 누구보다 잘 엿볼 수 있다.
특히 이 속에는 동대문 의류 업체 로로코를 운영하는 '배용남'과 '쿨제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이들을 통해 패션의 메카였던 동대문의 아성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처럼 'X세대'들의 패션의 중심이었던 동대문의 현재는 초라하다. 동대문패션타운관광특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이곳의 도소매 상가건물 32곳 중 14곳의 공실률이 두 자릿수였다. 소매 상가인 맥스타일은 공실률이 86%에 달하며 '패션의 메카' 동대문은 사실상 옛말이 됐다.
동대문 패션타운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였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 급성장하면서 방문객이 줄자 소매시장이 먼저 타격을 입었다. 2016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중국인을 비롯한 관광객 유입이 사실상 끊겼다.
최근에는 이용자가 폭증한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 e커머스가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들이 초저가 의류를 판매하면서 동대문 패션타운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 동대문 시장이 주력으로 하고 있던 도매시장조차도 중국의 의류 산업 수준이 높아지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랬던 동대문 상가들이 최근 변화하고 있다. 지역과 패션업계를 중심으로 동대문 패션 상인과 디자이너들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인디 브랜드(중·소 브랜드)들을 적극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들은 이를 통해 동대문 패션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지난 3일 '동대문 K-패션 브랜드 육성' 시범 사업을 올해부터 본 사업으로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는 올해 본 사업 참가자를 디자인 경력이 있는 동대문 패션 상인과 디자이너 총 90개사(도매상인 50개사, 디자이너 40개사)로 정했다.
참가자들은 오는 25일부터 5월 8일까지 DDP(이간수문전시장)에서 '동대문 K-패션 수주전시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최종 선정된 동대문 K-패션 상인과 다자이너는 중국, 일본, 동남아 등 해외 바이어와 롯데·현대백화점 등 국내 유통사로부터 수주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앞서 시는 동대문 패션 상인 기업 16개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서울패션허브에서 동대문 K-패션 브랜드 육성 시범 사업을 추진했다. 이후 이후 역량 강화 지도를 거쳐 국내외 바이어를 초청한 수주 전시회를 열어 현장 수주액 7억원 성과를 거뒀다.
서울시 관계자는 "작년에 시범 사업으로 진행한 업체의 경우에도 도매업계에서는 꽤나 잘 나가는 업체였지만 별도 브랜드가 없어 한계가 있던 브랜드들이었다"며 "이런 업체들에게 컨셉을 정해주고 이름도 지어주며 브랜드화를 시키는 작업을 했는데, 작년에도 굉장한 반응을 얻었다"고 했다.
패션업계도 동대문에 관심을 기울이며 동대문 상권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동대문의 높은 패션 인프라를 활용해 'K-패션'을 한층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로 움직임을 확대하고 있다.
무신사는 오는 10일 중구 동대문 종합시장에 4628㎡(약 1400평) 규모로 무신사 스튜디오를 연다. 2023년 4월 신당동에 5호점을 오픈하고 2년 만에 여는 새 공간이다.
동대문 종합시장점은 1인실부터 25인실까지 200개 호실의 오피스를 비롯해 회의실, 메일룸, 폰 부스 등 부대시설을 갖췄다.
재봉틀, 오버로크 미싱기, 다리미 등이 구비된 재봉실에서는 샘플 제작과 수정 작업 등이 가능하다. 입주사에서 판매 예정인 상품을 검수하거나 패턴을 수정할 수 있는 워크룸에도 작업대 17개가 마련됐다.
무신사 관계자는 "이 공간은 기획부터 생산, 출고까지 다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소규모 업체들의 경제적 부담을 낮출 수 있는 그런 공간"이라며 "작은 브랜드들이 이 공간을 통해 여러 가지 사업에 필요한 과정을 해결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동대문 시장을 6번째 지점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여기가 일단은 위치적으로 봉제 업체나 부자재 업체 등이 많아 패션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업체들이 많이 모여 있다"며 "패션 허브 지역으로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지점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지역사회와 패션업계가 나서 동대문 패션 상권 살리기에 나서면서 그 효과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까지 동대문이 브랜딩 과정 없이 디자인으로만 승부하거나 아예 질로만 승부하는 업체가 많았다"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잘 이용해 브랜딩에 성공한다면 상권 회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아직은 초기 단계이고 아직 초기적 수준에 머물러있는 상황인 만큼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