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관저로 돌아온 尹…오는 14일 탄핵 결과 나올까
尹, 절제된 메시지 내놓으며 '관저 정치' 이어나갈 듯
여권에선 한 총리 '빠른 탄핵 선고'·'탄핵 각하' 주장 봇물
민주당 30번째 탄핵 예고…與 "이재명표 국정파괴 질병"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으로 지난 8일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운명의 일주일을 보내게 될 전망이다. 법조계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오는 14일 전후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구속취소라는 변수로 선고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한남동 관저에서 절제된 메시지를 내놓으며 '관저 정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선 헌재를 향해 윤 대통령의 '탄핵 기각'을 외치는 동시에,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결과를 먼저 내놓으라고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5당은 윤 대통령 석방을 결정한 심우정 검찰총장을 향해 '탄핵'을 예고했다.
9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메시지를 내더라도 매우 절제된 수준일 것"이라며 "차분하게 헌재 선고를 기다리시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탄핵 선고를 앞두고 지지층을 향해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내거나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는 등 외부 활동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헌재 선고 전까지는 최대한 절제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회의를 갖고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했지만 별도의 메시지도 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관저에서 머물며 대통령실 주요 참모진을 비롯해 예방을 위해 관저를 찾는 국민의힘 의원들, 변호인단 등과 만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석방 이후에는 권성동 원내대표와 나경원 의원 등 국민의힘 인사들과 전화통화를 하며 안부를 묻고 당 지도부를 격려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서로 안부만 주고받았고, 특별히 정치적이거나 정무적 사안에 대해서는 대화한 바가 없다"고 했다. 당 지도부는 내주 대통령 관저를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는 오는 14일 전후로 이뤄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법조계는 예측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최종 변론 후 14일 만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11일 만에 선고가 내려졌는데, 모두 금요일에 이뤄진 전례를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 구속취소라는 변수가 생기면서 선고 시점이 1~2주일 더 미뤄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석방을 지렛대로 삼으며 헌재를 향해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재개, 탄핵 기각·각하를 요구하는 여론전을 펼쳤다. 동시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보다 한 총리 탄핵심판 선고를 먼저 해야 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한 총리 탄핵심판 선고는 지난 6~7일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헌재가 국회 측이 한 총리 탄핵심판에 검찰이 작성한 국무위원들의 조서를 확보해 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이며 또다시 미뤄졌다. 이후 윤 대통령과 한 총리 탄핵심판 선고가 같은 날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정치권·법조계에선 줄곧 한 총리 탄핵 사건은 윤 대통령에 비해 다툴 쟁점이 많지 않고, 미국 트럼프 2기 시대를 맞아 통상전문가인 한 총리 복귀가 시급하다며 한 총리 탄핵심판 결과가 빨리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서 "헌재가 이번 법원의 결정을 참고해 적법 절차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변론 재개도 필요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또한 "헌법재판소의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은 조속히 선고돼야 한다"며 "윤 대통령과 동시 선고는 국정파탄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한 총리 탄핵소추는 기각이 아니라 각하돼야 한다"며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 의결정족수는 151석이 아닌 200석이므로,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는 애초에 성립조차 하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구속취소에 더불어민주당은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야5당 대표들과 손잡고, 심우정 검찰총장의 탄핵을 예고했다. 검찰이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에 따라 윤 대통령을 석방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야5당 대표 비상시국 공동 대응을 위한 원탁회의'에 참석해 "내란수괴가 희한한 법 해석을 통해 구속을 면했다는 사실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며 "일정한 의도에 따른 기획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5당은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 즉시항고를 포기한 심 검찰총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심 총장이 야당의 요구대로 즉각 사퇴하지 않을 경우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공동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이재명표 국정 파괴' '탄핵 만능병'이라고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 의총에서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심우정 검찰총장을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며 "이재명표 국정파괴라는 질병이 또다시 도지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미 민주당은 29번의 탄핵을 했다"며 "만약 30번째, 31번째 탄핵을 한다면, 그것은 민심의 철퇴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한편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은 헌재에 지난 7일 탄핵심판의 절차적 문제를 우려하는 헌법 석학들의 의견서를 참고 자료로 제출하기도 했다. 의견서에는 헌법학계의 거목이자 최고 권위자인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등이 이름을 올렸다.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의견서들은 공통적으로 탄핵심판 절차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절차의 공정성이 확보돼야 국민이 신뢰하고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