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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차렸구나!"… 9세대 캠리, '꼭짓점' 채워 돌아왔다


입력 2025.03.11 06:00 수정 2025.03.11 06:00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토요타 캠리 9세대 완전변경 모델 시승기

마지막 꼭짓점 디자인 채운 '육각형 세단'

"잘생겼다"… 올드함 벗은 젊은 중형 세단

믿고 타는 하이브리드… 최소 연비가 17km/L

9세대 완전변경 캠리 ⓒ한국토요타자동차

중후함만 남기고 온갖 자랑거리를 SUV에 뺏겨버린 비운의 세단. 과거엔 사회 초년생부터 꽃중년까지 모두 아우르는 절대적 포용력을 갖췄었지만, 이제 중년층과 택시를 먼저 떠올리는 아이콘이 됐다. 독3사(벤츠·BMW·아우디) 급의 럭셔리 중형 세단이 아니고서야, 대중 브랜드의 수입세단은 더더욱 설 자리를 잃어가는 중이다.


토요타는 좁아진 세단의 입지에도 국내 시장에 꾸준히 세단을 들여오는 대중 브랜드 중 하나다. 2년 전 크라운, 프리우스에 이어 작년 말에 출시한 캠리까지. 주목되는 건, '그냥' 들여오는 게 아니라 '승부수'를 가득 품었단 점이다.


9세대 완전변경(풀체인지)을 거친 캠리는 SUV 열풍으로 한껏 달아오른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선택지에라도 오를 수 있을까. 그래서 직접 시승해봤다. 시승모델은 캠리 XLE 프리미엄으로, 가격은 5327만원이다.


9세대 캠리 외관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이렇게 만들 수 있으면서!" 캠리를 마주한 순간 괜한 심술이 몰려왔다. 이렇게 잘생기게 만들 수 있으면서 그동안 왜 그렇게 올드한 얼굴을 고집했는지. 물론 8세대 캠리가 처음 나왔던 7년 전엔 그 얼굴이 최선이었겠지만, 이번엔 잘생겨도 너무 잘생겨졌다.


9세대 캠리는 기존에 갖고 있던 날렵한 인상을 더 젊고, 고급스럽게 바꿔냈다. 얄쌍하게 위로 치솟은 양쪽 헤드램프 형상은 전작과 비슷하게 유지되면서도 조금 더 낮고 슬림해졌는데, 깔끔하고 슬림하게 떨어지는 보닛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9세대 캠리 전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양쪽 헤드램프는 얄쌍하게 디자인되고, 그릴은 전면 하단부에 큼지막하게 자리잡으면서 자칫 옹졸해질뻔한 얼굴을 조화롭게 만든다. 이 얼굴은 먼저 출시됐던 크라운과 프리우스 풀체인지 모델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됐는데, 개인적으론 중형 크기인 캠리에서 '완성형'에 가까워진 듯 했다.


측면으로 돌아서면 중후했던 이미지가 스포티함에 가까워졌음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다. 기존보다 전장이 늘어났음에도 C필러는 낮아지면서 앞으로 튀어나갈 것 같은 날렵함이 더해졌고, 2열 도어와 트렁크 사이의 쿼터 글라스도 길게 늘어지면서 스포티한 느낌이 강조됐다. 사선으로 무심하게 그은 듯한 캐릭터 라인은 젊은 감성을 더해주는 요소다.


9세대 캠리 후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날렵한 얼굴은 후면에서도 이어진다. 얇게 처리한 헤드램프가 젊은 감성을 더해줬듯 리어 램프도 슬림해졌는데, 몰라보게 살이빠진 날렵한 엉덩이와 잘 어울린다. 중앙에 새겨진 '캠리(CAMRY)'라는 모델명이 이리도 젊은 느낌을 낼 수 있다니. 과장을 조금 보태면 모든 연령층에 충격을 줬던 기아의 3세대 K5 출시 때와 같은 감동이 몰려왔다.


렉서스와 철저하게 차별을 두던, 인색하고 투박한 내부도 이번엔 큰 변화를 감행한 듯 하다. 광활한 공간과 시트색에 맞춘 꽤나 요즘스런 디자인, 널찍해진 디스플레이 크기까지. 현대차·기아에 길들여진 한국인 눈에는 여전히 부족할 지 모르겠지만, 토요타의 차를 한 번이라도 타봤다면 고개를 끄덕일 만한 변화다.


9세대 캠리 내부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으면서 스스로를 '절제했다' 칭하던 토요타의 거짓말을 이번엔 믿어줄 만 하다. 시트색에 맞춘 흰색 가죽 질감 디자인이 글로브 박스 위와 도어트림 등 곳곳에 적용됐는데, '사선'에 포인트를 둔 듯 하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에서 강조한, 슬림하고 날렵한 사선 디자인의 흔적이 내부에도 남아있다.


내부 공간에 온 신경을 쏟는 국산차에 길들여진 한 사람으로서 여전히 백프로 만족할 수는 없지만, 디스플레이 역시 이제는 견딜 만 하다.마치 10년전에 멈춰있는 것 같던 옹졸한 디스플레이가 어엿한 12.3인치 크기로 길어졌고, 말많던 내비게이션도 무선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오토를 지원하니 크게 흠잡을 곳 없다.


12.3인치 디스플레이와 그 아래 가지런히 배열된 물리버튼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디스플레이 아래 가지런히 자리한 물리버튼들은 주행 중 매우 고마운 요소다. 온갖 기능을 디스플레이 안에 함축시켜놓고 '깔끔하게 만들어놨으니 기능은 알아서 찾아'라고 지시하는 모델들 보다 훨씬 낫다. 직관적이면서 디자인 측면에서도 크게 해치지 않고, 특히 렉서스와 같은 부품이 적용돼 또각또각, 손끝에 닿는 조작감도 훌륭하다.


직접 차를 몰기 위해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 '중형' 세단임에도 불구하고 2열 편의성도 꼼꼼히 챙겼다. 길어진 전장 덕에 더 넓어진 레그룸은 말할 것도 없고, 2열 중앙 팔걸이에서 통풍시트 및 온열 시트, 공조 장치까지 조작할 수 있다.


심지어 뒷자리 시트는 전동 리클라이닝 기능도 갖췄다. 준대형 플래그십 세단인 크라운에도 없는 기능이다. 적어도 캠리에서는 뒤에 태울 이들에게 렉서스가 아니라서 미안한 마음은 덜어도 되겠다.


9세대 캠리 2열. 팔걸이를 내리면 공조 장치와 온열 및 통풍 시트 기능을 직접 제어할 수 있다.ⓒ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덮어놓고 믿는 주행실력까지 더해지니 캠리의 품은 더욱 근사하게 느껴졌다. 아무리 아쉬워도 가속페달을 밟아보고 나면 또 다시 토요타를 찾게된다던, 그 주행실력은 9세대에서 '완전체'가 된 듯 했다.


9세대 캠리에는 5세대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장착됐는데, 기존과 같은 묵직한 기본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속성과 안전성이 높아졌다. 캠리는 2.5리터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이 장착됐으며, 최고 출력은 186마력, 최대 토크는 22.5kg.m을 발휘한다. 여기에 모터 출력도 132마력으로 강화돼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결합하면 총 227마력을 낸다.


이미 여러번 경험해본 대로지만, 9세대 캠리는 기본기 면에서 어떤 정점을 찍은 듯 했다. 가속에서나 감속에서나 힘있고 묵직한데, 어떤 상황에서도 통통 튀는 듯한 가벼운 느낌은 들지 않는다. 갑작스런 감속에도 차가 덜컹이거나 울렁이지 않고, 운전자가 원하는대로 매너있게 따라와주는 듯하다.


하이브리드라고 해서 가속시 힘이 달릴 것이라는 생각은 적어도 캠리에선 버리는 것이 좋다. 고속도로에 진입해 급가속을 시도하니 가속페달을 밟는 즉시 반응하면서도 힘있고 무게감있게 속도를 높여냈다. 어떻게 밟아도 힘이 오히려 남아도는 듯한 느낌이다.


묵직한 스티어링 휠은 코너링 시 단단한 버팀목이 돼준다. 주행 안전성이 뛰어난 세단의 장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도록 단단하게 고정해주면서 운전자를 안심시킨다. 세단의 안정감 있는 주행실력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흔들림이라곤 없이 바닥에 붙어 매끄럽게 돌아나가는 주행감에서 홀딱 빠져버릴 지 모른다.


9세대 완전변경 캠리 ⓒ한국토요타자동차

약 150km를 신나게 밟고 차에서 내려 확인한 연비는 19.1km/L. 경이로운 수준이다. 에코운전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음에도 공인연비(17.1km/L) 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이라니. 제원에 적어놓은 연비는 최소 연비였던 것일까. 미국에서 그토록 잘 팔린다던 토요타 하이브리드의 진가가 새삼 피부에 와닿는 순간이었다.


가격이 접근하기 쉬운 수준은 아니지만, 여전히 주변에 존재하는 대쪽같은 '세단파'들을 위한 최상의 선택지가 아닐까. 독일 3사와 같은 럭셔리 브랜드가 아닌 대중 브랜드에서 만든 세단이 어느정도의 만족감을 줄 수 있는지 작정하고 만든 듯 하다. 한국에서 가솔린과 디젤만 고집하던 시절부터 개발하던 수준높은 하이브리드 기술은 기본이다.


▲타깃

-SUV 인기에도 대쪽같은 세단파

-그랜저는 못하는 '스포티한' 세단 찾는다면


▲주의할 점

-"그 돈이면"… 주변 사람들의 끊이지 않는 충고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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