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쓰는 텀블러를 제대로 세척하지 않으면, 박테리아가 빠르게 증식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18일(현지시간) 식품안전 전문가인 미국 퍼듀대학교 보건인문과학대학 칼 벤케 부교수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물병 안에 종이 타월을 넣고 문질렀을 때 내부에서 느껴지는 미끄러운 느낌은 물병의 재질 때문이 아닌 축적된 박테리아 때문"이라고 밝혔다.
임상 미생물학 전문가 영국 레스터대 프림로즈 프리스톤 부교수 역시 잘못된 이용 방법으로 휴대용 물병을 사용하면 물병은 박테리아의 온상이 될 수 있다면서 "감염성 박테리아는 37도에서 잘 증식하지만, 실온 20도에서도 번식한다. 물병에 담긴 물을 실온에 오래 보관할수록 박테리아가 더 많이 증식한다"라고 지적했다.
프리스톤 교수에 따르면, 실제로 싱가포르의 한 연구에서는 아침에 끓인 물을 물병에 담아 하루 동안 보관했을 때 박테리아 개체 수가 오전 1㎖당 약 7만5000개에서 24시간 후 100만~200만 개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대 2500%까지 박테리아가 증가한 수치다.
프리스톤 교수는 입과 손에 묻은 미생물이 병 속에서 박테리아 증식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프리스톤 교수는 "물병 내부에서 증식하는 박테리아의 대부분은 사용자의 입과 손에서 비롯된다"라며 "화장실을 다녀온 후 손을 제대로 씻지 않으면 대장균이 물병 안으로 들어가 다시 입속으로 유입될 위험이 있다"라고 경고했다.
물이 아닌 다른 음료를 넣는 것도 박테리아 증식을 촉진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프리스톤 교수는 "물 이외의 것들은 박테리아와 균류의 천국이다"라며 "특히 단백질 셰이크가 그렇다"라고 강조했다.
면역 체계가 약한 사람들은 이러한 박테리아로 인한 감염에 더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박테리아 증식을 막으려면 반드시 뜨거운 물로 헹구고 세제를 묻힌 솔로 내부를 닦은 뒤 다시 헹궈 바짝 건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미국 정수 시설 Water Filter Guru에서 진행한 연구에서도 씻지 않은 텀블러와 변기를 비교했을 때 텀블러에서 세균이 4만 마리 더 많이 검출됐다고 보고됐다. 이들은 "제대로 씻지 않은 텀블러로 물을 마시면 설사, 구토 등을 일으킬 수 있다"라며 "매일 세척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매일 세척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일주일에 여러 번 세척해야 하며,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병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플라스틱보다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물병이 화학 첨가제로부터 안전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