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보험계약 100건 중 6건만 '허용'
라이나 34.3% 가장 높아…14곳 '사실상 거부'
수수료 부담 문제에 주저…"법률적 근거 없어"
해외서도 카드 강제화 사례 없어…"자율로 해야"
생명보험사 보험료를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비중이 여전히 저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와 카드사의 수수료 부담을 두고 소비자 편의가 뒷전으로 밀려난 모습이다. 그러나 카드 수수료 부담으로 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는 만큼 시장 자율로 맡겨야한다는 목소리다.
1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카드납을 허용하고 있는 생명보험사 19곳의 전체 수입보험료 16조4152억원 중 카드로 납부된 금액은 1조94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신용카드납 지수는 전년 대비 0.3%포인트(p) 상승한 6.1%로 나타났다. 즉 보험계약 100건 중 6.1건만 카드 수납을 받은 셈이다.
신용카드납 지수는 전체 수입보험료 가운데 카드 결제 수입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험사가 신용카드 결제를 허용하는 비율을 수치화 한 것이다.
3대 생명보험사로 분류되는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중 카드납이 가능한 곳은 삼성생명이 유일하다. 삼성생명의 카드납 지수는 0.5%인데 이마저도 삼성카드를 이용한 보험료 납부만 가능한 실정이다.
그 외 생보사 중에서는 라이나생명이 34.3%를 기록하며 생보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카드 결제를 수용했다. 이어 ▲동양생명 18.9% ▲하나생명 16.3% ▲AIA생명 15.4% ▲푸본현대생명 11.4% 등이 10%를 웃돌았다. 카드납을 받고 있는 생보사 19곳 중 5곳을 제외하면 사실상 카드납을 거부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생보사들이 카드 수납을 주저하는 배경에는 '수수료'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신용카드로 보험료를 납입할 경우 보험사는 카드사에 2%대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카드 납부를 허용하게 되면 보험사는 더 많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예를 들어 월 보험료가 10만원이라면 보험사는 카드사에 2000원가량을 지급해야 한다.
특히 생보사의 상품의 경우 만기가 길고 금액이 큰 점도 부담 요소다. 카드 수수료를 보험사가 주기적으로 부담하면 자연스레 사업비가 늘고 이는 보험사나 고객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수수료 부담이 커질수록 보험 혜택이 줄거나 보험료 인상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한 보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금융 상품에서 신용카드 결제가 어려운 점도 한 몫한다.
현 보험업감독규정에 따르면 일반 보험상품의 보험료 납부는 '현금수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보험료의 신용카드 납부와 관련해 별도의 법률적 근거는 없다.
다만 소비자의 불편함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국회에서는 보험료 카드납 활성화를 위해 카드로 보험료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여러번 발의된 바 있지만 장기 계류 중이다.
그러나 해외 사례를 봐도 보험료 신용카드 수납 강제 조항이 있는 국가는 없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미국·일본·영국은 보험료 납입방법에 대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 국가는 보험료 신용카드 결제와 관련해 보험사의 판단으로 카드사와 가맹점 계약을 맺도록 하는 등 보험료 납부방식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법률로 카드납을 강제화 하기에는 부담 요소가 크다는 지적이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소비자 편의를 위해서 보험사가 보험료 카드납부를 허용하면 좋겠지만 수수료 부담이 크고 결국엔 소비자 혜택이 축소될 수 있어 시장경제 원칙에 위배되는 사안"이라며 "해외 국가들도 카드납을 강제하는 국가가 없기 때문에 해당 문제는 보험사와 카드사간의 자율 협약으로 맡겨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