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미정산 포비아②] '늘었다 줄었다' 고무줄 정산 주기, 피해는 판매자 몫


입력 2025.04.02 07:00 수정 2025.04.02 07:00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몇 번이나 겪었다"…반복되는 피해에 업체 '한숨'

피해업체 "발란 정산 주기 짧지 않아" 한 목소리

발란, 정산 주기 줄인 서비스로 판매자 막판 유인도

"'에스크로 제도' 의무화·판매자 보증보험 필요"

발란 자료 사진. ⓒ발란

"티몬·위메프(이하 티메프)는 피했지만 패션쇼크·코코방스·알렛츠 등 이런 경우를 몇 번이나 겪었다."


최근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를 신청한 명품 플랫폼 '발란' 사태로 피해를 입은 명품 판매 업체 대표 A씨는 플랫폼으로 인한 피해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입을 열었다.


이번 사태로 1억8600여만원의 피해를 입었다는 그는 "당장 회사가 공중분해 위기에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발란에서 지갑이나 벨트 등 잡화를 판매하고 있다는 대표 B씨는 "작년에 발란이 에스크로 제도(정산금 별도 보관)를 도입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심했다. 그래서 판매량을 더 늘렸다"며 "2월~3월에 쿠폰 행사를 많이 해 판매가 많이 됐다. 현재 그 기간의 정산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B 씨가 입은 피해는 약 7000만원 정도다.


이번 발란 사태로 만난 피해 업체 대부분은 이번 사태의 주원인으로 '정산 주기'와 '에스크로 제도 미비'를 꼽았다. 이들 대부분은 지난 티메프 사태 이후 유사한 사례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며 재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태는 지난달 24일 시작됐다. 발란이 일부 업체에 정산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본격 주목하기 시작했다. 사태 초반 "자체 재무 검증 중 정산금이 과다 지급되는 등의 오류가 발견돼 정산금을 재산정 중"이라던 발란은 이로부터 8일 뒤인 31일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며 사실상 판매 대금 지급 능력이 없음을 시인했다.


발란 사태는 작년에 불거진 '티메프' 사태와 판박이다. 티메프 사태란 지난해 이커머스 플랫폼인 티몬과 위메프가 재정 악화로 1조3000억원의 판매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4만8000개 업체가 피해를 본 사건을 말한다.


당시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초래한 티메프 또한 미지급 논란 초기에 전산 오류상 문제라고 대응하다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당시에도 사태의 주원인으로 정산 주기 문제가 떠올랐다.


정산 주기는 ‘대규모유통법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을 보면 위·수탁의 경우 월 판매 마감일로부터 40일 이내, 직매입거래의 경우 상품 수령일로부터 60일 이내 각각 판매 대금을 지급토록 규정했다. 해당 법은 지난해 소매업종 매출액이 1000억원 이상인 대규모유통업자에 적용된다.


티메프의 경우 유통업법을 적용받지 않는 업체였다. 그래서 티몬과 위메프는 이커머스 가운데서도 정산 주기가 긴 업체로 꼽혔다. 거래가 발생한 달의 마지막 날을 기준으로 티몬은 40일 후, 위메프는 두 달 후 7일에 각각 정산 대금을 지급했다.


문제는 티몬과 위메프가 이처럼 긴 정산 주기를 활용해 판매자들의 판매 대금을 자산의 유동성 수단으로 사용해 뭇매를 맞았다는 점이다.


이번 발란 사태 또한 정산 주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발란의 경우 입점업체의 규모, 계약 시기에 따라 7일, 15일, 30일로 정산 주기를 산정했다. 정산 주기 자체는 짧아 보이는 듯 하지만 실질적으로 판매업자들은 정산 주기가 긴 편이었다고 주장한다.


주 단위 정산을 하고 있다고 밝힌 B업체는 "말 그대로 (금액) 정산만 주 단위이고 실제 정산을 받기까지는 판매 시점 기준 1개월에서 1개월 반 정도가 걸렸다"고 단언했다.


C업체도 "평균 정산 주기가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가 걸렸다"고 했다.


발란은 회생 신청 한 달 전 짧은 정산 주기 서비스를 도입해 막판 자금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발란이 정산 지연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 '일정산 제도'를 도입했는데, 소비자가 구매를 확정한 뒤 일일 단위로 정산 주기를 단축하면 대금을 더 빠르게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며 판매자들을 유인했다. 그러나 한 달 뒤 발란은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이를 두고 판매자들은 막판 자금 확보를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었다고 바라보고 있다. 이에 대해 판매자 A씨는 "대부분의 판매자들이 이번 실리콘투 투자로 발란의 자금 경색이 트였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발란은 실리콘투로부터 1차로 75억원을 투자받고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2차로 75억원을 투자받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에 판매자 대부분은 이번 기회에 확실한 대책 마련이 수반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대부분 정산 주기 단축과 에스크로 결제 제도 도입 의무화 등을 주문했다. 에스크로는 현금성 거래에 한해 구매자의 안전 거래를 보장하는 제도다.


A씨는 "우리 업체도 작년 티몬 사태 때 퇴점 후 발란의 에스크로 도입 소식을 접하고 다시 판매를 시작한 업체다. 그러나 발란이 마음 먹고 거짓말을 하니 속수무책"이라며 "법적으로 플랫폼 사업자 전반에 에스크로 제도 도입을 의무화하지 않는 한 이런 사태는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B씨 또한 "에스크로 도입이 필요하다. 소비자 구매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결제 금액을 플랫폼이 바로 가져가는 게 아니라 판매자가 가져가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롯데온의 경우 구매확정 후 일정 기간이 끝나면 우리가 직접 판매 대금을 출금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정산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며 "현재 플랫폼들이 너무 긴 기간 동안 판매 대금을 가지고 있는데 그 기간이 줄어들어야 하고 이와 관련된 법적 규제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판매자를 위한 보증 보험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판매자 D씨는 "현재 플랫폼을 들어갈 때 우리가 가입하는 보증 보험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고객 만을 위한 보험"이라며 "수수료를 30%나 떼어가는데 우리를 위한 보험은 없다. 우리가 피해를 입었을 때 이를 보증할 보험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미정산 포비아③] "법제화" 목소리 커지는데…혼란한 정국 속 뒷전된 플랫폼 피해자들>에서 이어집니다.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