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尹 관계' 여전히 애매한 스탠스
'촉박한' 대선 일정에 경선룰은 5대5 유력
일각 "'尹과의 결별' 없이 대선 승리 어렵다"
국민의힘이 조기 대선 모드로 본격 전환한 가운데 당 전략은 '현상 유지' 전략을 택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 경선 룰 모두 기존과 같이 고수하며 짧은 대선 기간 동안 오직 승리에만 집중하겠단 방침이다.
'현상 유지'는 시간이 촉박한 만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일 수 있지만, 일각에서는 본선 경쟁력을 위한 '외연확장'에 있어서는 단점이 뚜렷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 유지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놨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은 오로지 6월 3일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목표로 후보 결정하고 선거 캠페인 전개하겠다는 생각밖에 없다"며 "그 목표 이외에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등) 다른 부분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고, 그것은 대선가도에 있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당이 윤 전 대통령과의 거리 두기보다는 기존 관계를 유지한 채 대선 전략을 펼치겠단 뜻으로 해석된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정을 받은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정리하지 않으면, 국민의힘 또한 국민을 배반한 것'이란 일각 지적에 대해 "논리적인 비약"이라며 오히려 이 대표에게 책임을 물었다.
권 원내대표는 "그런 논리라면 전과 4범에 8개 혐의로 5개 재판 받고 있는, 숱한 거짓말과 말 바꾸기로 국민을 혼란스럽게 한, 그리고 30번의 탄핵 소추와 23번 특검법 발의, 35번 위헌 위법적인 법률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이 대표야말로 국민을 배반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헌재가 결정문에서 민주당의 의회독재에 대해 지적한 것을 언급하며 "이렇게 원인을 제공한 이재명 세력은 마치 자신들은 선인양 그리고 정당한양 주장하면서 국민을 호도하는 건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국민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경선 룰에 대해서도 곳곳 빗발치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민심·당심 50:50'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적 제약과 함께, 본경선 룰은 당헌·당규로 규정돼 있어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임의로 조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경선룰에 대해서는 당 선관위가 오는 9일 첫 회의를 열고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다만 당 선관위 재량에 있는 예비경선에 한해서는 '100% 일반국민 여론조사'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022년 대선 당시에는 △1차 예비경선 '일반국민 여론조사 80%와 당원투표 20%' △2차 예비경선 '일반국민 여론조사 70%와 당원투표 30%' 방식으로 치러진 바 있다.
촉박한 대선 시계
현상유지, 득실상반(得失相半)
이 같은 '현상 유지'라는 지도부의 판단은 일정이 촉박한 대선 일정 속에서 상대 진영 대비 다수 포진한 대권주자들 간 경쟁, 윤 전 대통령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라는 불리한 지형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현재 친윤(친윤석열)계와 비윤(비윤석열)계로 분열돼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입장 차이로 갈라지게 됐으며, 이로 인해 당내 내홍이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이 선거의 '캐스팅보트'를 쥔 중도층의 표심을 얻는 데 실효성이 있을 지는 미지수다.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중도층의 이탈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승기를 잡으려면 강성 지지층보다 중도층을 겨냥한 전략이 필요하단 조언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며 '천막당사'를 차려 한나라당을 되살리고 '선거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얻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교했을 때, 윤 전 대통령의 지지세는 상대적으로 그 뿌리가 약한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강성 지지층보다 중도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대선에 있어 더 효과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그만큼 향후 국민의힘 지도부가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명확히 정리하고 거리두기에 나설 가능성도 나온다. 윤 전 대통령과의 선긋기 없이 대선에서 승리를 기대하긴 어렵단 판단이 작용할 수밖에 없단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교하자면 윤 전 대통령의 지지세는 약하고 지지층들의 결집력도 크지 않다"며 "소수의 강성 지지층을 위해 당이 윤 전 대통령을 안고 가는 것은 리스크가 있을 것"으로 짚었다.
이어 "지도부가 윤 전 대통령을 끌어 안고 간다면 대선에서 승리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