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타 꽂은 호날두 ‘미안해 맨유’
올드 트래포드서 맨유 격침 결승골
환호없이 노 세리머니로 친정 배려
4년 만에 올드 트래포드로 돌아온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7·레알 마드리드)가 친정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 비수는 꽂았지만 끝내 세리머니는 하지 않았다.
호날두는 6일 오전(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서 열린 맨유와의 ‘2012-13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 선발 출전해 결승골을 작렬, 레알 마드리드의 2-1 승리를 견인했다.
1차전 홈경기 1-1 무승부에 그쳐 벼랑 끝에 몰렸던 레알은 이날 2차전 원정경기에서 짜릿한 승리로 1승1무를 기록, 거함 맨유를 격침하고 8강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8강 진출을 위해 반드시 골사냥에 나서야 하는 레알이 전체적인 주도권을 쥐고 전개했다. 전반 볼 점유율이 63%에 이르기도. 득점 없이 비기기만 해도 8강에 오를 수 있었던 맨유는 호날두를 비롯한 레알 공격진을 효과적으로 봉쇄하며 침착하게 대응했다.
레알은 맨유 윙어 나니가 왼쪽 측면에서 올린 빠른 크로스가 수비수 라모스 발에 맞고 골문으로 흘러가는 ‘자책골’로 큰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나니가 볼 경합 도중 위험한 플레이로 레드카드를 받고 수적 우위를 점한 이후 모드리치와 호날두 골이 터지면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물론 나니의 퇴장이 맨유의 패배를 부른 도화선이 됐지만, 확실하게 맨유 전의를 상실케 한 것은 호날두 골이었다. 후반 24분, 외질의 힐패스를 받은 이과인이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땅볼 크로스한 것을 반대편에서 쇄도하던 호날두가 침착하게 밀어 넣었다.
사실상 8강행을 확정짓는 호날두 골에 레알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흥분하며 환호했다. 하지만 평소 화려한 세리머니를 펼쳤던 호날두는 골을 넣은 뒤 맨유 팬들을 향해 두 팔을 들며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호날두는 1차전에서도 이른바 ‘돌고래 헤딩’으로 동점골을 넣고도 예고대로 특별한 세리머니 없이 조용히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며 6시즌 함께했던 친정팀을 배려했다.
각별하다 보니 맨유와의 루머에도 늘 휩싸인다. 올해 호날두가 레알과의 재계약 협상에서 마찰이 일어나면서 다시 맨유로 돌아올 것이라는 루머도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맨유 퍼거슨 감독은 “호날두를 무척 좋아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호날두는 맨유에서 퍼거슨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유망주에서 일약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3회의 리그 우승과 맨유의 마지막 챔피언스리그 우승(2007-08시즌)을 이끈 주역이 바로 호날두다.
역대 최고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레알로 건너간 이후에도 호날두는 옛 은사인 퍼거슨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드러냈고, 지금도 맨유 복귀설이 나돌 정도다. 이날 경기 후에도 친정팀 맨유 동료들과 머리를 맞대고 격려할 정도로 여전히 가깝다.
하지만 이날 맨유는 호날두에 의해 꺾였다. 마음은 정든 맨유 벤치에 닿아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라운드에서 활약할 때만큼은 호날두는 철저한 레알 공격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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