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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서 멈춘 신태용호…고개 숙일 필요 없다


입력 2017.05.31 01:03 수정 2017.05.31 00:03        데일리안 스포츠 = 이근승 객원기자

포르투갈 압도적 공격력에 밀리며 1-3 완패

조별리그서 '죽음의 조' 뚫어내며 16강행

신태용호의 여정이 아쉽게 16강에서 멈췄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신태용호의 도전이 아쉽게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 U-20 축구 국가대표팀이 3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16강전 포르투갈과 경기에서 1-3으로 패했다. 신태용호는 조별리그에서 기니와 아르헨티나를 물리치며 그 어느 때보다 큰 기대를 모았지만, 토너먼트는 조별리그와 달랐다.

신태용 감독은 과감했다. 이번 대회 최고 수준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포르투갈을 상대로 4-4-2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조영욱과 하승운을 전방에 내세웠고, 이승우와 백승호를 측면에 배치했다. 공격적인 축구로 맞불을 놓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신태용 감독의 계획은 초반부터 꼬였다. 전반 8분 만에 실점을 내줬다. 왼쪽 측면 뒷공간을 예리하게 파고든 유리 히베이루를 막지 못했고, 낮고 빠른 크로스가 올라왔다. 이 볼 역시 중앙 수비진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고, 샤다스의 슈팅으로 이어지며 신태용호의 골망이 출렁였다.

신태용호는 이른 시간 선제 실점으로 인해 마음이 급해졌다. 조영욱이 끊임없이 침투를 시도했지만, 모두 오프사이드에 걸렸다. 전반 19분 공격에 가담한 윤종규의 슈팅은 정확도가 떨어졌다. 잉글랜드전에 이어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아낸 하승운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고, 이승우와 백승호는 볼을 잡는 횟수 자체가 적었다.

신태용호가 공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사이 추가 실점까지 내줬다. 또다시 왼쪽이었다. 포르투갈의 에이스 곤살베스가 왼쪽 측면을 뒤흔들며 크로스를 올렸고, 우측면에서 재차 크로스가 올라왔다. 이 볼이 윤종규의 등에 맞고 흐른 것을 달려 들어온 브루누 코스타가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 했지만, 어려웠다. 조별리그는 물론 평가전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결국, 세 번째 실점까지 내줬다. 후반 24분 샤다스가 정태욱과 백승호, 이상민을 모두 따돌리며 깔끔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마지막 실낱같은 희망까지 날려버리는 한방이었다.

후반 36분 우찬양의 측면 돌파에 이은 패스를 이상헌이 슈팅으로 연결하며 만회골을 뽑아냈지만, 기울어진 승부의 추를 되돌리기는 역부족이었다.

할 말 없는 완패였다. 공격적인 축구로 16강전에 나선 것은 신선했지만, 그게 다였다. 조별리그 내내 문제였던 중원은 개선되지 않았다. 패스는 여전히 부정확했고, 상대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했다. 미드필드와 수비 사이 간격은 심각하게 벌어졌고, 풀백의 공격 가담으로 인한 공간을 커버하지 못했다.

중원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상대의 패스 한 번에 포르투갈 공격수와 우리 수비수가 1대1로 맞붙는 상황이 많았다. 개인기가 뛰어난 포르투갈 선수들은 흥이 날 수밖에 없었고, 우리 수비진은 기가 죽었다. 그 어느 때보다 협력 수비가 필요했지만, 조직적인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공격적인 축구로 16강전에 도전했지만, 신태용호의 ‘신바람 축구’는 볼 수 없었다. 중원의 아쉬운 패스 성공률 때문인지 수비 진영에서 한 번에 길게 넘겨주는 패스가 전술의 전부였다. 조영욱과 이승우가 고군분투했지만, 짧은 패스가 필요한 선수들이 ‘뻥축구’로 얻을 수 있는 결과는 존재하지 않았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스러운 결과다. 하지만 고개 숙일 필요는 없다. 최선을 다했고, 포르투갈이 훨씬 더 강했다. 상대는 에밀리우 페이세 감독의 지휘 아래 4년을 준비했고, 우리는 벼락치기(6개월)로 이번 대회에 나섰다. 국내에서 개최하는 대회임에도 제대로 된 감독 선임에 실패하며 소중한 시간을 허비했다. 어린 청년들이 아닌 어른들의 잘못이었다.

그런데도 어린 청년들은 잘 싸웠다. 아시아 예선에서 조별리그도 통과하지 못했던 팀이 본선에서는 ‘죽음의 조’를 뚫어냈다. 대회 최다 우승국 아르헨티나를 잡아냈고, EPL 선수들로 무장한 잉글랜드를 상대로도 물러서지 않았다. 비록 포르투갈을 넘어서지 못하며 도전을 마무리했지만, 이들이 보여준 열정은 희망을 남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꿈을 꾸는 소년들의 도전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이근승 기자 (lkssky0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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