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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효과?'일감몰아주기 해소, 재계 확산되나


입력 2017.06.16 06:00 수정 2017.06.16 10:01        박영국·이홍석·이광영 기자

한진그룹 선제 대응…규제 강화시 현대차그룹 등 타격

주요 대기업 사옥 전경. 왼쪽부터 삼성서초사옥, 현대차양재사옥, 여의도 LG트윈타워, SK서린빌딩.ⓒ각 사

한진그룹 선제 대응…규제 강화시 현대차그룹 등 타격

한진그룹이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대응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면서 이같은 움직임이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지 관심이다.

16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조원태 사장은 대한항공을 제외한 한진칼, 진에어, 한국공항, 유니컨버스, 한진정보통신 등 5개 계열사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재계에서는 한진그룹의 이같은 결정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 이후 대기업들의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선제적인 대응 차원으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원장 후보자 신분이던 지난 2일 인사청문회에서 “대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를 비롯한 부당한 부의 축적과 편법적 경영승계 등 잘못된 관행을 엄정하게 근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이 “조급하고 충격적인 조치들로 실현할 생각은 없다”고는 했으나, 속도가 문제일 뿐 결국 언젠가는 칼을 뽑을 것임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관계사의 총수 일가 지분율을 일감몰아주기 규제 적용 기준(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하로 맞춰놓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와 더불어민주당은 총수 일가가 지분 20% 이상 보유한 상장사는 자동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상장사의 규제 적용 지분율이 30%에서 20%로 낮아지는 것이다.

김 위원장 역시 이 부분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여 왔다. 그는 인사청문회 당시 “상장사 규제 지분율 기준인 30% 문턱을 피하려고 29.9%로 지분율을 맞추면서 편법적으로 규제를 벗어난 기업이 적지 않다"면서 "이에 대해 국회와 협의해 규제 강화 방안 마련을 고려해 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규제 강화시 현대차그룹 최대 타격…삼성·LG·한화 등도 영향권
상장사 규제 지분율이 낮아질 경우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 한화그룹 등 다수의 대기업들이 영향권에 들어간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의 총수 일가 지분율이 모두 김 위원장이 지적한 ‘편법’ 수치인 29.9%에 정확히 일치하고 있어 김 위원장 체제 공정위의 최우선 ‘타깃’으로 지목받고 있다.

이노션은 정성이 이노션 고문이 27.9%,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2%를 보유하고 있고,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부회장이 23.2%,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6.7%를 들고 있다.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이 지난해 현대차그룹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은 각각 10조8151억원과 1조194억원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각각 70.40%, 79.90%에 달한다. 단기간 내에 내부거래 규모를 규제 기준(200억원 또는 연간 매출의 12%) 이하로 낮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율 조정은 경영권 승계와도 맞물려 있다. 총수 일가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지분을 팔았다가는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 조달에 큰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정 부회장이 2015년 초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현대글로비스 지분 일부를 블록딜로 매각할 당시 주당 가격은 시가(매각 전일 종가 23만7000원)보다 2.7% 할인됐음에도 불구하고 23만500원에 달했다. 이 회사 주가는 블록딜 매각 이전 한때 30만원을 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은 전일 종가 기준 15만5000원으로 블록딜 당시보다 30% 이상 떨어졌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위한 추가 매각 소식이 전해진다면 추가로 주가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정 부회장으로서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줄이 될 자산을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밀려 헐값에 처분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는 셈이다.

다른 대기업들도 강화되는 규제를 피해갈 수 없다. 삼성에서는 삼성물산이 규제에 걸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08%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이건희 회장(2.84%) 등 총수 일가가 총 31.17%를 보유하고 있다.

LG그룹에서는 그룹 지주회사인 (주)LG가 해당된다. (주)LG는 구본부 회장이 11.28%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7.72%)과 아들인 구광모 (주)LG 상무(6.24%) 등 세 사람 지분만 25.24%로 해당 지분율이 약 30% 안팎이다.

계열사들의 수출입 트레이딩 업무를 일부 대행하고 있는 LG상사의 경우, 구본준 (주)LG 부회장이 3.01%로 최대주주로 총수 일가가 총 27.5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독립경영 인정기준을 충족해 기업집단에서 분리된 경우, 지분율 산정에서 제외된다는 규정에 따라 해당 지분율은 약 12% 수준이어서 해당되지 않는다.

한화그룹의 지주회사인 (주)한화는 김승연 회장이 22.65%로 최대주주인 가운데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4.44%) 등 총수 일가가 32.02%를 보유하고 있다.

GS그룹은 오너가 3·4세가 지분을 가진 옥산유통, GS아이티엠 등이 이미 규제 기준 지분율을 넘고 있다. 옥산유통은 허광수 회장이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GS아이티엠은 총수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기업별 특수성 고려해야…IT·특수물류 등 업종 특성 감안도 필요"
재계에서는 기업별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규제 강화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물류·광고·IT 등의 업종이 상대적으로 대기업들의 일감몰아주기 우려가 컸다”며 “하지만 IT 관련 업무는 보안과 외부유출 우려 등의 이유로 불가피하게 자체 계열사에서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애초에 태생 자체가 자동차 물류 전문기업으로 현대차그룹 내 수요에 의해 만들어진 만큼 내부거래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부거래 비중을 늘리려 해도 현대·기아차와 다른 완성차들간 경쟁 관계를 감안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한진처럼 다른 그룹들이 잇따라 선제적 조치에 나서기에는 상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해당 그룹별로 정부기관과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경우 경영승계 진행 속도가 더뎌 한진 만큼의 변화를 보여주기는 어렵다”면서 “그룹마다 승계 과정과 진행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기업들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자발적 개선의지를 보일지는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반면, 오랫동안 대두된 이슈였던 만큼 기업별로 어느 정도 대응 방안을 마련해 놓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 그룹들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오너 등 총수 일가 지분이 많은 계열사들이 있어 규제 적용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동안 4대 그룹을 중심으로 공정거래법 준수를 위해 많이 개선돼 온 터라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일부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의혹 중에서는 정부가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대기업 스스로도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자중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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