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난항’ 박용택, LG가 성장했다는 방증
LG와 몸값 놓고 줄다리기 돌입
후배들 성장으로 요구 조건 맞추기 어려울 듯
‘평생 LG맨’ 박용택은 과연 팀과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박용택은 이번 FA 시장의 최대어는 아니지만 은퇴를 앞두고 선수 생활의 마지막 FA자격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일단 그가 평생을 몸담은 LG를 떠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2002년 프로에 입문한 이후 줄곧 줄무늬 유니폼만 입고 달려온 박용택은 LG를 떠날 생각이 전혀 없다. 이미 박용택과 LG는 최근 ‘계약기간 2년’이라는 큰 틀에서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문제는 액수다.
LG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팀의 기둥 역할을 해온 박용택은 마지막 FA 권리를 행사하며 그간 공로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받길 원한다. 항간에는 은퇴를 앞두고 자신의 등번호인 36억 원(2년)에 삼성과 계약을 맺은 이승엽처럼 박용택도 33억 원을 원한다는 소문도 들린다.
반면 LG는 박용택의 자존심을 어느 정도 살려주더라도 오버페이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선수와 구단의 온도차는 다소 큰 편이다.
한편으로는 LG가 선뜻 박용택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것은 견제 세력의 급성장과도 연관 지을 수 있다.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이후 10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하는 암흑기를 맞이했다. 2002년 LG에 입단한 박용택은 팀의 암흑기를 지탱해 온 산 증인과도 같다.
이 기간 LG의 간판은 변함없이 박용택이었다. 10년 넘게 박용택은 LG를 지탱한 팀의 자존심이었다. 반대로 이 기간 동안 박용택을 넘어선 후배들이 나타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는 LG가 기나긴 부진에 빠진 원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현재 LG는 박용택이 아니더라도 타선에서 3할 이상을 쳐줄 수 있는 후배들이 즐비하다.
특히 외야에는 2018시즌 타격왕 김현수(0.362)를 필두로 채은성(0.331), 이천웅(0.340), 이형종(0.316) 등 후배들의 기량이 급성장했다. 타격 성적만 놓고 보면 가까스로 3할(0.303)을 달성한 박용택보다 후배들의 성적이 더 뛰어나다.
여기에 박용택은 외야 수비가 어려운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빅용택이 주로 지명타자로 나서면서 타격감이 올라온 후배들은 본의 아니게 경기에 빠지게 되는 경우도 빈번했다. 박용택이 지명타자 자리를 꿰차면서 LG 외야진은 체력 안배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이로 인해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이긴 하나 박용택을 바라보는 팬심과 위상도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
2014시즌 이후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박용택은 당시 LG와 4년 50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당시 계약 직후 “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밝히면서 ‘팬 덕택’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현재는 그 때와는 다르게 팬심도 많이 변했다. 또한 과거에는 박용택이 없으면 안됐지만 현재는 또 다르다.
오히려 박용택도 이제는 자신을 뛰어넘는 후배들의 성장을 흐뭇하게 바라본다면 좀 더 수월하게 LG와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