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 대국민담화문 원고에 없던 '보수대통합' 막판 추가
나 원내대표에게 주도권 내어줄 수 없다는 의지 보여
黃, 대국민담화문 원고에 없던 '보수대통합' 막판 추가
나 원내대표에게 주도권 내어줄 수 없다는 의지 보여
내년 총선을 대비한 보수대통합의 주도권을 놓고 자유한국당 투톱인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간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황 대표는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대국민담화 발표를 통해 "자유 우파의 통합은 반드시 필요하고, 꼭 해낼 것"이라며 "새로운 정치를 위해 정치에 들어온 저로서는 이 문제에 앞장서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기자들에게 미리 배포한 원고에는 없던 것으로, 담화문 발표 직전 황 대표가 막판에 추가한 것이다.
나 원내대표가 '유승민 러브콜'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상황에서 보수통합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황 대표는 지난 1월 15일 한국당 입당 당시와 지난 2월 27일 당 대표 당선 직후 수락 연설에서도 보수대통합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힌 바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나 원내대표가 최근에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러브콜'을 보내며 보수대통합의 불씨를 지피지 않았냐"며 "대권을 꿈꾸는 황 대표로선 보수대통합 주도권은 절대 놓칠 수 없는 카드다. 나경원발(發) 보수통합 논의가 더 진전되기 전에 흐름을 본인이 가져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 원내대표도 요즘 야권의 대권주자 중 한명으로 거론되고 있는 만큼 황 대표로선 더욱 신경이 쓰였을 것"이라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7일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총선에서 서울에 출마하면 얼마나 좋겠나. 유 의원 좀 (우리 당에) 오라고 (언론이 얘기)하라"며 "유 의원과 통합하지 않으면 한국당은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같은 날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나 원내대표를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지만, 언론과 정치권 안팎에선 '나경원발(發) 보수대통합론'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황 대표의 이날 보수통합 발언과 관련해 당내에선 "구체성이 없어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당 핵심 관계자는 "보수통합에 거론되는 특정한 인물들의 이름을 콕 집어서 '기득권을 내려놓고 이들과 만나겠다'는 메시지를 던졌으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물론 주도권을 확실히 쥘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좋은 기회를 놓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날 보수통합의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 "상세한 내용은 다음 기회에 다시 말씀 드리겠다"고만 했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 가치에 동의하는 자유 우파는 모두 합쳐야 한다"며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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