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덮어준 박항서 감독 "말하고 싶지 않다"
동남아시안게임 인도네이사전 짜릿한 역전승
승리 강조하며 전반 골키퍼 실수 감싸
‘파파 리더십’ 박항서 감독은 승리라는 큰 가치를 내세우며 선수의 실수를 덮어줬다.
박항서 감독이 지휘하는 베트남 22세 이하(U-22) 축구대표팀은 1일 필리핀 마닐라 리잘 메모리얼 콜리세움서 열린 ‘2019 동남아시안게임(SEA게임)’ 축구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인도네시아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후반 추가시간 터진 ‘극장골’로 3연승의 휘파람을 분 베트남은 B조 1위(승점9)를 질주했다. 베트남 라이벌 태국을 2-0 완파한 인도네시아는 2위(승점6)에 머물렀다. 베트남은 오는 3일 싱가포르전, 5일 태국전 중 한 경기만 승리해도 사실상 준결승에 진출한다. 동남아시안게임 축구는 조 2위까지 4강행 티켓이 주어진다.
동남아시안게임은 동남아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다. 베트남 축구는 60년 만에 우승에 도전한다. 이미 많은 것을 이루며 ‘베트남 축구 영웅’으로 등극한 박항서 감독도 대회를 앞두고 부담감을 털어놓을 정도다. 하지만 박항서 감독은 어느새 베트남의 3연승을 이끌며 준결승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전반 23분 선제골을 내주는 상황에서 골키퍼 티엔 둥의 실수가 나왔다. 골키퍼가 공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사이 인도네시아 사니가 머리로 밀어 넣었다.
어이없게 선제골을 내준 베트남은 끝내 전반 만회골을 넣지 못했다. 초조한 상황에서도 박항서 감독은 선수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베트남은 후반 18분 코너킥에서 응우엔 따인 쭝이 헤더 동점골을 터뜨렸다.
1-1 동점을 이룬 베트남은 후반 추가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공세를 펼쳤고, 응우엔 호안 득의 왼발 중거리슈팅이 골문을 갈라 역전에 성공했다. 짜릿한 뒤집기에 박항서 감독을 비롯한 베트남 선수들은 환호했다.
경기 후 베트남 ‘Zing.vn’ 등에 따르면, 박항서 감독은 “팀 전체가 포기하지 않고 싸워 이겼다. 이것이 우리팀의 정신”이라며 “선수의 실수도 감독의 잘못이다. 이 자리에서는 선수 개인의 실수를 말하고 싶지 않다. 중요한 것은 베트남이 승리했다는 것”이라며 GK 티엔 둥의 실수를 덮었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으며 하나로 묶는 온화한 박항서 감독 특유의 온화한 ‘파파 리더십’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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