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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입지 좁아진 연극 메카 대학로, 코로나19로 마비


입력 2020.02.26 09:08 수정 2020.02.26 09:08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코로나19' 위기경보 '심각' 격상 후 발길 뚝

공연 취소·축소·연기, 심리적 공황 상태

서울 대학로의 한 공연장에 코로나19로 인한 공연중단 안내문이 붙어 있다. ⓒ 데일리안

속수무책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에도 공연 강행 기류가 강했던 '공연의 메카' 대학로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23일 정부가 코로나19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높이고, 전국 단위로 확진자가 급증하자 공연계는 그야말로 초토화되고 있다.


23일 예술의전당은 긴급공지를 통해 "문화체육관광부 코로나 심각 단계 조치 사항으로 '예술의전당은 일주일간 기획 공연·전시 잠정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서울예술단 등 3월 중순 이후에 공연을 계획하고 있는 단체들도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3월 22일까지 공연 예정이던 '줄리앤폴'은 공연 일정을 3월 2일까지로 축소했다. 3월 14~15일 예정됐던 뮤지컬 '아이다'의 부산 공연을 아예 취소됐으며,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와 '맘마미아!'도 개막 일정을 연기했다.


대학로는 더 심각하다. 스타 캐스팅으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오던 대형 뮤지컬과 달리 이미 1월 중순 이후부터 극심한 불황에 시달려온 상황이기 때문이다. 3월 이후 대학가가 다시 활기를 띠고 단체관람 행사가 늘어나면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희망의 불씨는 완전히 사라졌다.


공연 취소도 잇따를 전망이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정책적으로 공연 취소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아르코극장, 대학로 예술극장에서 공연 중인 민간 작품이 공연 취소를 결정할 경우 대관료를 환불하기로 했다.


예매 취소도 잇따르고 있어 공연계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실제로 25일 오후 대학로 일대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사람들로 붐비던 공연장 앞에는 적막감이 흘렀다. 아예 티켓박스 셔터가 내려져 있는 곳도 많았다.


한 공연 관계자는 "대학로 공연의 경우 업무 개런티와 대관료 등을 미리 지급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라 공연이 취소될 경우 피해가 크다. 공연업계의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박양우 장관은 지난 20일 대학로 소극장을 방문해 코로나19 대응 현황을 점검하고, 공연업계 긴급 지원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이 또한 큰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그야말로 공연계는 패닉 상태로 빠져들었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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