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 획정안 국회 제출
분구 4곳·통합 4곳…호남 선거구 숫자 유지해
4+1 협의체 유리한 案 평가…통합당 강력 반발
문희상 의장도 우려 표명 "법률에 배치되는 듯"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3일 오는 4·15 총선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공직선거법상 획정위의 제출안은 국회가 수정할 수 없게 돼 있어 이날 제출된 안이 본회의에 올라갈 전망이지만 공정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이어져 논란이 빚어질 전망이다.
획정위가 이날 국회 의안과에 제출한 안에 따르면 2019년 1월 기준 '표준인구'에 따른 인구 하한 13만6천565명을 기준으로 선거구를 획정했다.
분구가 되는 곳은 총 4곳이다. 세종은 현행 1곳에서 갑·을 2곳으로, 화성은 현행 갑·을·병 3곳에서 갑·을·병·정 4곳으로, 춘천은 현행 1곳에서 갑·을 2곳으로, 순천은 현행 1곳에서 갑·을 2곳으로 각각 분구된다.
통합되는 곳 역시 총 4곳으로 노원이 현행 갑·을·병 3곳에서 갑·을 2곳으로, 안산은 안산상록구갑·안산상록구을·안산단원구갑·안산단원구을 4곳에서 안산 갑·을·병 3곳으로 각각 통합된다. 이에 더해 강원과 전남 지역에서 선거구 분리 조정을 통해 각각 1곳씩 줄어들게 됐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국회가 수정할 수 없는 이날 안은 행안위와 법사위의 의결을 거쳐 본회의에 오르게 된다. 여야는 재외선거인 명부가 작성되는 6일 이전에 본회의를 통해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하자고 잠정 합의한 상황이다.
다만 야당인 미래통합당의 강도 높은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의 선거구 숫자가 동일하게 유지됐으며, 김진태 통합당 의원의 춘천을 제외하고 분구된 선거구 대부분이 더불어민주당 우세 지역인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결국 야당과의 합의 없이 선거법 개정안 통과를 강행했던 4+1 협의체의 주체였던 민주당·민생당에 유리한 획정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재원 "민주당·민생당, 선관위와 모종의 커넥션 있지 않을까 생각"
김명연 "호남 의석과 특정 정치인 지역구 지켜주기 위한 반헌법적 획정"
획정위 "공정·합리적 기준 정해 안 마련…혼란 최소화 위해 노력해"
문재인 대선 캠프의 특보를 지냈던 조해주 상임위원의 임명 후 지속적으로 선관위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해 왔던 통합당은 단단히 뿔이 났다.
여당과의 선거구 획정 협상을 주도해왔던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이날 "민주당과 유성엽 민생당 공동대표는 계속적으로 획정위에 모든 것을 맡기자고 주장을 해왔는데, 모종의 커넥션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조해주 위원이 앉아있는 선관위에서 만약 민주당과 민생당의 오더를 받아 획정안을 가지고 온다면 선관위는 권력의 주구 노릇을 하는 여당의 하청업자로 전락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랄 것"이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통합 대상이 된 안산단원구갑의 김명연 통합당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선관위의 발표는 법도 원칙도 없이 민주당과 민생당의 밀실야합에 승복하여 여당의 하청기관임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라며 "오로지 호남의 의석과 특정 정치인의 지역구를 지켜주기 위해 안산시민을 희생시킨 반헌법적 선거구 획정"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획정안을 보면 야당을 배제하고 여당과 야합·상의해가며 했다고 단정한다"며 "이런 식의 획정위라면 독립된 기구로 인정할 수 없다. 자질 문제부터 해서 한심한 얘기"라고 꼬집었다.
또한 선거구를 무리하게 분리 조정하며 일부 선거구의 크기가 과도하게 방대해진 것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실제 강원 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6개의 지역이 하나의 선거구로 묶이게 됐다.
한민수 국회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획정위의 안을 보고 받은 문희상 국회의장조차 "개정 공직선거법상 농·어촌·산간지역 배려를 위해 노력한다고 했는데, 6개 군을 묶는 것은 법률에 배치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라는 의견을 표했다.
획정위의 김세환 위원장은 브리핑을 통해 "공정·합리적인 기준을 정해 안을 마련하기로 결정했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인구편차범위와 공직선거법의 기준에 따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라며 "국회가 획정안을 조속히 확정해 국민기본권 침해를 멈추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