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지원책이 ‘폰파라치 현상금 인하’
갤S10 ‘공짜폰’ 되자 이통사에 ‘경고’ 엄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스마트폰 집단상가에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는 기사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개인사업자인 판매점 상인들은 가게를 내놓아야 할 정도로 장사가 안된다며 울상이고, 막 신제품인 ‘갤럭시S20’을 내놓은 삼성전자는 사전판매 개통 첫날 전작보다 시원찮은 성적표를 받아야만 했다.
이동통신사는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 출시로 가입자 확보에 열을 올려야 할 시기에 스스로 맺은 ‘신사협정’과 마케팅비 부담으로 공시지원금을 풀지 못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총체적 난국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2일 ‘스마트폰 판매 성지’로 불리는 서울 광진구 ‘강변 테크노마트’를 찾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판매점 상인들과 이통사 관계자들은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어떤 대책이 나올지 주목했다.
그런데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고작 ‘폰파라치 현상금 인하’다. 방통위는 오는 5월까지 한시적으로 ‘이동전화 불공정행위 신고포상제도’의 신고포상금을 3분의 1수준으로 낮춘다고 했다. 현재 최고 300만원의 포상금은 100만원으로 내려갔다. 유통점의 분담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게 방통위 설명이다.
소식을 들은 한 판매점 상인은 곧바로 코웃음을 쳤다. 그동안 방통위 감시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으로 숨통을 조이더니 이번에는 방통위가 나서서 은근히 불법을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것. 이 상인은 “포상금을 없애는 것도 아니고 낮춰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면서 “불난 집에 와서 기름을 붓는 격이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한 이통사 관계자도 “유통망이 죽겠다고 하니 불법으로라도 먹고 살면 눈감아주겠다는 건데, 취지는 이해하지만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역시는 역시였다. 위 같은 조처 뒤 타이밍 좋게 ‘갤럭시S10’이 ‘공짜폰’으로 풀렸고, 방통위는 곧바로 불법 보조금 지급 의혹과 관련해 이동통신 3사에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구두로 전달했다. 불법을 눈감아주겠다는 모양새를 취해놓고, 폰은 많이 팔되 법을 지키라고 으름장을 놓는 식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방통위가 최근 스마트폰 유통시장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판매점 상인들은 당국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이다.
코로나19로 판매점 상인들의 곡소리가 쏟아지니 정부 차원에서 뭐라도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한 걸까. 방통위는 왜 100만원 폰파라치 포상금 인하가 부메랑이 돼 불법보조금 부활로 돌아오리라 생각하지 못했을까. ‘현재의 미봉책’이 누덕누덕 기워 놓은 ‘과거의 미봉책’을 쥐어뜯은 모양새다.
결국 문제는 단통법이다. 하루빨리 이 모순을 끝내기 위해선 단통법을 손봐야 한다. 신규 스마트폰이 출시될 때마다 이러한 촌극이 벌어지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4년 지원금 차별 금지와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단통법이 시행된 근본 목적이다. 하지만, 불법 지원금 지급과 정보 역차별 등 문제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최근 진행 중인 단통법 종합 법률 개정안 논의는 이런 현실에 대한 냉정한 인식과 과거의 단통법이 ‘실패’였다는 뼈아픈 자기반성이 선행돼야 한다.
중요한 것은 휴대폰 가격 투명성 확보다. 한 번 실패했다면 철저한 현장 조사와 제도 개선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 혼란과 대란 없이, 누구는 바가지를 쓰고 누구는 호갱(호구+고객)이 되는 일 없이 휴대폰을 사는 법을 만들기 위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시점이다.